네타냐후, 미 의회 연설서 시위자 향해 “바보들”…해리스 불참

이본영 기자 2024. 7. 2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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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했으나 이례적일 정도로 냉랭한 대접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개전한 가자지구 전쟁이 지속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그에 대한 미국 정부 쪽과 시민들의 불만이 표출된 셈이다.

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에 네번째로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다.

민주당 의원 수십 명이 가자지구 사망자가 3만9천명에 이르렀는데도 전쟁을 지속하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합동회의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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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4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했으나 이례적일 정도로 냉랭한 대접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개전한 가자지구 전쟁이 지속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그에 대한 미국 정부 쪽과 시민들의 불만이 표출된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24일(현지시각) 연설에서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원에 사의를 표하면서 “우리는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며 “야만과 문명”의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란을 “테러의 축”으로 묘사하면서 “문명의 힘이 승리하려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에게 납치됐다가 구출된 인질, 피랍자 가족, 하마스의 기습 공격 때 차가 없어서 12㎞를 달려가 응전한 군인 등 이스라엘에서 데려온 이들을 소개해 기립박수를 받게 만들었다.

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에 네번째로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다. 역대 외국 지도자들 중 가장 많은 횟수다. 그러나 이번에는 때와 상황이 안 좋았다. 민주당 의원 수십 명이 가자지구 사망자가 3만9천명에 이르렀는데도 전쟁을 지속하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합동회의에 불참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최초의 팔레스타인계 여성 하원의원인 러시다 털리브 민주당 의원은 합동회의장에서 “전쟁범죄자”라고 쓴 손팻말을 들었다.

가장 두드러진 불참자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다. 부통령은 상원의장을 겸하기 때문에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함께 합동회의를 주재해야 했지만 이날 인디애나주 행사 참석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를 두고 가자지구 참상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적극적인 비판을 해온 해리스 부통령이 일부러 자리를 피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공화당 의원들은 그가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행동을 했다며 비난했다. 존슨 하원의장은 해리스 부통령의 불참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워싱턴 시내에서는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하는 수천명이 시위를 했다. 전날에는 그의 합동회의 연설 계획에 항의하는 200여명이 의회 건물에서 시위를 하다 체포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설에서 시위 참가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가자를 응원하는 게이들’이라고 쓴 것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그들은 ‘케이에프시(KFC)를 응원하는 닭들’이라는 사인을 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가 동성애를 처벌하는데, 이란이 배후에 이는 팔레스타인 쪽을 응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조롱한 것이다. 그는 또 시위자들을 “이란의 유용한 바보들”이라고도 불렀다. 주먹으로 연단을 내리치는 모습도 보였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25일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으로 휴전 협상과 인질 석방을 논의할 예정이고, 해리스 부통령도 그를 따로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26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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