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이 효자였네…SK하이닉스, 2분기 흑자 전환 ‘매출 역대 최대’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생성형 AI의 ‘필수재’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장악하다시피 한 결과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 16조4233억원, 영업이익 5조4685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매출은 기존 최대 기록인 2022년 2분기 13조8110억원을 웃돌았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조8821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영업이익은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8년 2분기(5조5739억원), 3분기(6조4724억원) 이후 6년 만에 5조원대를 달성했다.
HBM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증가하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HBM은 D램을 여러 장 쌓아 만든 고성능 메모리다. 일반 D램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다. 미국 엔비디아가 HBM을 사들이는 대표적인 큰손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 같은 AI 모델을 훈련시키려면 방대한 데이터 작업이 필요하다.
엔비디아는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HBM을 탑재해 연산 속도·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기존의 2차선 국도(D램)를 10~20차선 고속도로(HBM)로 넓게 뚫어 병목 현상을 대폭 완화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등 경쟁사보다 빠르게 HBM 주도권을 선점해 엔비디아·AMD 같은 AI 칩 업체들에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해왔다.
SK하이닉스는 “HBM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나오는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서는 “AI 산업 내 경쟁 심화로 HBM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캐파(생산능력) 확대에도 여전히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최신 5세대 버전인 ‘HBM3E’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HBM3E는 엔비디아의 B100, H200 같은 AI 데이터센터용 GPU에 탑재된다.
고객사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제품을 더욱 자주 내놓는 데 대해 SK하이닉스는 “HBM 수요 창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엔비디아는 신제품 출시 주기를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블랙웰 시리즈 ‘B200’을 내놓은 데 이어, 내년 ‘블랙웰 울트라’와 2026년 루빈 시리즈 ‘R100’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루빈 시리즈에는 6세대 버전인 ‘HBM4’가 탑재된다. SK하이닉스는 HBM4 12단 제품 출하 시기와 관련해 “내년 하반기부터 출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년에 비해 약 300%의 HBM 매출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같은 저장장치도 많이 팔렸다. eSSD는 1분기보다 매출이 약 50%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HBM, eSSD 등 AI 메모리 수요 강세와 함께 D램·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며 1분기 대비 매출이 32% 증가했다”면서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고 환율 효과도 더해지면서 2분기 영업이익률은 전 분기보다 10%포인트 상승한 33%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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