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법이 못하니까 우리가"…'사적제재' 과연 정의일까?

신수정 2024. 7. 2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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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신수정 기자] 유튜브에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사적제재, 이들이 원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은 바로 유튜버들의 사적제재다. 대표적으로는 구독자 105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에게 그의 사생활을 폭로하겠다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를 받은 유튜버들이 드러난 사건이다. 개인이 다른 사람의 과거를 캐고 이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금전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임에도 이 협박은 당당하고 뻔뻔하게 이루어졌다.

이보다 앞서서는 2004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의 신상을 차례로 폭로하는 유튜버들도 나왔다. 이 유튜버들이 지목한 사람 중에는 진짜 가해자들도 있었지만, 해당 사건과 무관함에도 가해자로 지목당해 큰 피해를 본 이들도 대거 등장했다.

이들과 같은 '사이버 레커'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유튜브를 비롯해 온라인상에서 각종 사건·사고를 쫓으며 이를 확대·재생산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해 이슈몰이를 한다.

이런 유튜버들이 기승을 부리는 통에 온라인상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다루는 영상을 만들어 관심을 끈다는 점에 교통사고 현장에서 재빨리 고장 난 차량을 끌어가는 사설 견인차인 레커와 사이버를 붙여 '사이버 레커'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하지만 이들의 행보는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적정선이라는 것이 없는 이들은 단순히 이슈를 쫓는 데 그치지 않고, 더욱 자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허위 사실 만들어 유포하거나,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마구잡이로 퍼트린다.

이 과정에선 앞선 밀양 사건처럼 진짜 가해자가 아닌 선량한 시민이 가해자로 둔갑돼 신상정보가 털리고 엄청난 비난을 받으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기도 한다.

'법이 하지 못하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는 이들의 말은 사실 대중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일 뿐이다. 이들이 이토록 자극적인 사건을 파고 유포하는 것은 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소·고발 사실조차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구독자들에게 후원을 요청하고 유튜브 조회수로 광고료를 받는다. 이 액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구제역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지난 한 달 매출이 1억 원이었다. 평소에도 광고 수익을 포함해 1500만∼3000만 원 정도 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도 넘은 사적제재의 행위가 우리 사회를 정의롭게 하는 것이 아닌 사건과 피해자를 이용해 그저 그들의 배만 불리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뉴시스에 "별다른 노력이나 비용 투자 없이도 유명인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먹이 삼아 수익을 창출하는, 이른바 '수지타산이 맞는 비즈니스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사이버 레커를 평가했다. 이어 "수사기관의 엄격한 수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당사자의 협조도 있어야 한다. 또 타인의 사생활을 돈벌이로 악용할 수 없도록 수익 제한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다른 사람의 아픔을 흥미 목적으로 소비하지 않는 시민들의 성숙한 태도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역시 지난 12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쯔양을 협박하고 갈취했다는 유튜버들이 언급되고 있는데,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로 돈을 버는 유튜버들에 대한 대책도 방심위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원석 검찰 총장은 "악성 콘텐츠 게시자들의 행위는 수익 창출 등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수단임에도, '대중의 관심사' 또는 '사적 제재'라는 명분으로 포장돼 심각한 피해를 주는 중대 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범죄자에 대한 처벌 및 피해자 보호는 법령에 따른 사법 시스템 내에서 이뤄져야 함에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불법을 수반하는 신상 공개와 같은 사적 제재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2차 피해를 초래하고 '피해자의 잊힐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이버 레커의 행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정부가 발 벗고 나선 가운데, 대중들의 참여 또한 절실하게 필요해졌다. 사이버 레커들의 무분별한 폭로에 무조건 동조하고, 열광하기보다는 '과연 이들의 말이 사실일까' '그들이 이 폭로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의심과 생각을 통해 섣부른 판단을 미루는 현명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신수정 기자(soojungs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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