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에 보는 신간
▶우주를 건널수는 없더라도(유운 지음, 행복우물)=나에게만 쏟아지는 듯한 비난, 희미해진 삶의 목표, 망가진 인간관계…. 누구나 ‘현대병’을 앓는 시기가 있다. 저자에게도 이런 시기가 왔고, 그래서 그는 가능한 멀리 도망쳐보기로 했다. 이 책은 이제 막 30대가 된 저자가 자동차에 텐트와 밥솥만 싣고 떠난 207일 간의 기록이다. 유럽 대륙의 동쪽 끝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쪽 끝인 포르투갈 호카곶까지 3.5만km를 오롯이 혼자 운전하며 다녔다. 육지로 끝없이 철썩이는 파도를 보며 바다의 외로움을 생각하고, 녹아 내리는 빙하에선 엄마의 오랜 꿈을 떠올린다. 그 과정에서 시나브로 마음의 상처엔 새 살이 돋고, 잊고 있었던 사람 사이의 다정함도 떠올린다. 대륙의 끝에 서서 저자는 도망치는 것도 생각보다 할 만하다고, 언제든 도망칠 수 있으니 다시 돌아가자고 마음 먹는다.
▶고잉 인피니트(마이클 루이스 지음·박홍경 옮김, 중앙북스)=2022년 11월, 미국 암호화폐 시장은 격변을 겪는다. 특히 세계제2의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 선고를 하면서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이른다. 그 중심엔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있다. 금융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혼돈의 핵심인 샘 뱅크먼프리드의 행적을 좇아가며 당시의 상황을 심층적으로 기록한다. 늘 구겨진 티셔츠에 카고 반바지를 입은 그가 무한대의 돈이 필요했던 것은 개인적인 성취를 위해서라기 보다 2010년대 미국 대학교 내 수학과 물리학 전공자들이 심취했던 ‘효율적 이타주의’ 때문이였음을 조명한다. 그의 천재성으로 짦은 시간 내에 최고의 갑부가 되는 데 성공하지만, 그의 부족한 사회성과 주변 정리를 힘들어 하는 부산함 때문에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 책은 미국에서 샘 뱅크먼프리드의 재판 전날 출간돼 세간의 엄청난 관심을 받기도 했다.
▶들풀의 구원(빅토리아 베넷 지음·김명남 옮김, 웅진지식하우스)=무명 시인인 저자는 상실과 가난으로 늘 슬픔에 젖어 있었다. 몇 번의 유산 끝에 어렵사리 얻은 아이는 세 살 때 제1형 당뇨를 진단받고, 삶의 큰 위안이 됐던 큰 언니는 강가에서 카누를 타다가 사고를 당해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저자는 상실감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잉글랜드 컴브리아주 시골 마을에 있는 공공주택으로 이사를 가고, 그 곳에서 의외의 위안을 얻는다. 과거 석공장이었던 공터를 그들만의 정원으로 만드는 일이 일종의 위로가 됐던 것. 비싼 모종을 살 형편이 되지 않다 보니 들풀의 씨와 뿌리를 모아 그들만의 정원을 꾸민다. 10여 년간 아픈 아들과 야생 정원을 일구며 저자는 유년 시절의 상처와 가난, 그리고 가족의 상실이라는, 평생 그를 옭아맨 상처들을 치유하고, 자신이 부서졌기 때문에 다시 자랄 수 있었다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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