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또 좌초되나"…더본코리아, 가맹점 리스크에 발목
상장 과정서 기업가치 낮아질 가능성
더본코리아와 '연돈볼카츠' 일부 가맹점주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가협)이 더본코리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지도 한 달이 흘렀지만 좀처럼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있다. 더본코리아의 상장 일정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나온다.
매출액 부풀렸다?
더본코리아와 연돈볼카츠 일부 가맹점주의 갈등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가협에 따르면 연돈볼카츠 일부 가맹점주들은 2022년 7월께부터 메뉴 가격 인상 등 매출 하락에 대한 대안을 더본코리아에 요청했다. 이후 몇 차례 협의가 이뤄졌으나 일부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고 느꼈다.
결국 8명의 가맹점주들은 연돈볼카츠가맹점주협의회를 결성하고 지난해 말 경기도 가맹사업거래 분쟁조정협의회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더본코리아가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강제했다는 이유 등에서다. 이 과정에서 더본코리아는 지난 4월 29일 점주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겠다며 공정위에 심의를 요청했다.
이와 별개로 더본코리아는 지난 5월 30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전가협과 연돈볼카츠가맹점주협의회는 그 다음달인 6월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24일 더본코리아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더본코리아가 가맹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예상 매출액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예상 매출액을 허위 혹은 과장해 제공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더본코리아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양측은 녹취록을 연달아 공개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더본코리아는 연돈볼카츠가맹점주협의회 소속 한 가맹점주가 지난해 7월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전가협은 가맹 모집 과정에서 더본코리아 점포개설 담당 직원이 예상 매출액과 수익률을 언급하는 녹취록으로 맞불을 놨다.
그러나 논란은 허위·과장 정보 제공 의혹에만 그치지 않았다. 전가협과 연돈볼카츠가맹점주협의회는 이달 초 또 기자회견을 열고 더본코리아 가맹사업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본사의 매출액이 증가한 사이 가맹점의 매출액은 줄어들었고, 폐점률이 높아 가맹점 영업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직접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전가협 측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최근 프랜차이즈 소규모 매장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점포당 매출만 따져서는 안된다는 점, 신생 프랜차이즈가 많아 영업기간 역시 영향을 받았다는 점 등을 들며 전가협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상장에 영향 줄까
더본코리아와 연돈볼카츠 가맹점주가 첨예하게 맞붙으면서 갈등은 더욱 장기화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더본코리아 상장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도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이 갈등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양측 갈등의 핵심은 허위·과장 정보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계약 체결시 가맹사업법에 명시된 기준에 따라 산정한 예상매출액을 서면으로 제공해야 한다. 더본코리아는 구두로 매출액을 부풀렸다는 것이 가맹점주 측의 주장이다.
다만 이 의혹 자체가 더본코리아 상장의 발목을 잡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더본코리아가 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과징금 규모 등 처벌 수위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게다가 공정위에서 결론이 나는 데만 1년 이상 걸릴 가능성이 높다.
가장 최근 예상 매출액을 부풀렸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은 곳은 디저트전문점 '디저트39'를 운영하는 에스엠씨인터내셔널이다. 에스엠씨인터내셔널은 약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114명과 가맹계약을 체결하면서 가맹점포 예정지가 아닌 다른 지자체 가맹점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예상 매출액을 잘못 산정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달 1억2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21년에는 프랜차이즈 카페 요거프레소가 약 3년간 약 205명과 가맹계약을 체결하며 객관적 근거 없이 예상 매출액 정보를 과장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다. 당시 공정위 제재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3100만원이었다. 이와 달리 더본코리아는 상장 예비심사에 앞서 먼저 공정위에 신고했다. 그런 만큼 더본코리아 측은 연돈볼카츠 논란이 상장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가맹사업의 한계
문제는 이번 사태로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가맹점 리스크가 부각됐다는 점이다. 연돈볼카츠 점주들과의 갈등이 길어질수록 더본코리아의 가맹사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신규 가맹점이 줄어들거나 기존 가맹점들이 이탈할 수 있다. 더본코리아는 그동안 호텔, 식자재 유통 등으로 외연을 넓혀왔지만 매출의 대부분은 여전히 가맹사업에서 나온다. 이번에 전가협이 지적한 가맹점 매출액, 영업기간 등에 대해 백 대표가 직접 해명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수익의 지속성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외식업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더본코리아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20개 이상 늘리면서 트렌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하지만 이런 전략 탓에 오히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가맹점주가 많아졌다는 점이 더본코리아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본코리아 가맹점주 사이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이 갈린다. 실제로 최근 홍콩반점 가맹점주 일부가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에게 항의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더본코리아가 다시 한 번 상장 도전을 중단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논란이 길어질 경우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백 대표는 2018년 국정감사에서 "무리하게 기업공개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사업을 위해서는 '상생'이 가장 중요한데 이번 논란은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다"며 "상장이 아니라 기업 존속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어 백 대표가 직접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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