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차 역전, 경기침체의 전조인가?[머니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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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거품과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미래의 경기침체 예측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미국 국채의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차가 역전된 지 어느덧 25개월이 지났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 전망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미국 경제가 2024년에는 2.6%, 2025년에는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잠재성장률 1.8%를 모두 상회하는 수치다.
수익률곡선(Yield curve)은 시장을 예측하는 가장 뛰어난 수단 중의 하나로 기능해 왔다. 수익률곡선은 채권의 만기와 만기수익률(금리)의 관계를 표현한 곡선이다.
채권의 만기가 길수록 금리변동의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장기채권의 투자 위험에 대한 보상(기간프리미엄, term premium)을 요구한다. 그 결과 수익률곡선은 일반적으로 우상향하는 형태를 띤다. 직관적으로 보면 장기금리는 채권의 만기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단기금리들의 평균과 같다. 따라서 2년물과 같은 단기금리들은 Fed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10년물 이상의 장기금리는 미래의 성장이나 기대인플레이션에 더 크게 좌우된다.
금리차 역전 10개월 후 주목?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수익률곡선의 형태다. 일반적으로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질수록 향후 경기는 개선될 것으로, 반대로 평탄화될수록 경기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1960년대 이후 경기침체 발생 직전에 수익률곡선은 빠르게 평탄화되었고 금리차 역전 후에는 어김없이 경기침체가 찾아왔다. 수익률곡선 역전 후 경기침체 발생까지의 시차는 짧게는 4개월에서 최대 16개월이 걸렸다. 평균적으로 금리차 역전 이후 약 10개월 뒤에 경기는 침체에 빠졌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과 관련하여 생각해 봐야 할 관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일드커브의 역전은 Fed 정책의 영향 때문이다.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게 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금리인상 이후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하려는 Fed의 정책 기조 결과에 따라 나타난 과잉긴축의 위험 신호라는 시각이다.
경기가 호황 국면에 접어들면 Fed는 경기가 지나친 과열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또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그동안 풀었던 유동성을 거둬들인다. 그 과정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Fed의 보유 채권 규모를 줄이는 양적긴축(QT)을 개시한다. Fed가 긴축에 나서거나 곧 나설 것이라는 예상만으로도 수익률곡선은 평탄화되고 10년-2년 등 장단기 금리차는 축소된다. 현재 경제는 호황이지만 지금의 유동성 흡수로 인해 미래의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Fed가 과도한 금리인상과 긴축으로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기면서 10년-2년 금리차는 역전된다. 앞으로 다가올 경기침체 또는 둔화를 예고하는 전형적인 신호다.
둘째, Fed의 양적완화 정책이 장기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춰 장단기 금리차 역전의 경기침체 예측력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약해졌다. 장기금리는 단기금리의 예측치와 기간프리미엄의 합으로 구성된다. 기간프리미엄은 장기채권의 위험에 대한 인식 변화, 채권의 수급 등에 영향을 받는다. 1990년 이후 미국 국채10년 금리의 기간프리미엄은 평균 1.81% 수준이었다.
그러나 Fed는 2009년 3월 양적완화를 통해 막대한 미국 장기채권을 사들였고, 그 외에도 해외투자자의 미국 국채 수요, 고령화에 따른 연기금 및 보험의 장기채 수요가 집중되었다. 장기채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간프리미엄은 결국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졌다. 수요 우위의 장기채권을 사야 하는 투자자는 보유 기간에 따른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대신 웃돈을 얹어 주고 장기채를 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장기금리를 구성하는 기간프리미엄의 왜곡은 장단기 금리차의 경기예측력을 대폭 저하시켰다. 양적완화 이후 장기채 수요가 급증하면서 위험에 대한 보상인 기간프리미엄이 대폭 하락했고, 그 영향으로 미국 국채10년 금리가 적정 수준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장단기 금리차의 역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기침체를 반영하는 부분도 물론 일부 있었지만 그보다는 수급에 의해 나타난 기술적인 현상이다. 실제로 팬데믹 직전까지 미국 경제는 128개월째 역사상 가장 긴 확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었으며 침체의 징후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면 향후 1~2년 안에 예외 없이 경기침체가 도래했다는 경험과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수익률곡선의 경기침체 신호는 투자자들과 Fed를 긴장시켰다. 왜곡된 침체 신호에 대응한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금융환경을 대폭 완화시켰고, 오히려 주식시장의 추세적인 상승과 과열을 잉태하는 배경이 되었다.
셋째, 그동안 수익률곡선의 왜곡을 이끌며 추세적으로 하락했던 기간프리미엄에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기간프리미엄을 추세적으로 낮춰왔던 장기채 수요 우위가 반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확장 재정으로 미국의 국채 공급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Fed 보유 채권을 줄이고 있고 외국인의 미 국채 매수세는 약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경기가 나쁘면 자금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금리가 더 많이 하락했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의 자금수요가 줄어도 정부가 빌려야 하는 돈의 규모가 이를 압도한다. 최악의 경우 경기가 나빠져도 금리가 상승할 수 있는데, 경제가 나빠지면 경기부양을 위해 오히려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한다. 지금 미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은 에너지전환과 해외 공급망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재산업화(reindustrialization), 그리고 기술혁신에 따른 공장 설비 등 과거에 비해 엄청난 돈이 필요한 투자다. 무엇보다 이자를 갚기 위한 비용이 향후 10년 동안 재정지출의 60%나 될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부채가 역대급으로 증가한 정부는 더 빌려야 하는데 Fed는 채권의 보유량을 줄이는 QT를 진행 중이고 외국인의 미 국채 수요는 정체되고 있다. 노후를 위해 저축하던 사람들은 은퇴하면서 그동안 쌓아두었던 저축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미 대선과 채권 가격의 향방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두 기존의 감세정책을 연장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상태다. 특히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감세를 연장하거나 영구화하는 것은 물론 추가적인 세금 감면도 제공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경제가 나빠지면서 생기는 민간의 자금수요 감소를 정부의 자금수요 증가가 압도할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평균 0.25%, 2016년 이후 -0.50%에 불과했던 기간프리미엄이 정상화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기간프리미엄이 지난 40년 동안의 장기 하락추세에서 반전되는 중요한 흐름이다. 장기금리 수준을 높여 채권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미래의 현금흐름을 이자율로 할인하여 평가하는 주식과 부동산 등 대부분의 자산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이다.
참고로 1996~2009년의 평균 기간프리미엄은 1.41%였다. 일드커브의 경기예측에 대한 신뢰도 역시 회복될 수 있는데, 역사적으로 일드커브가 역전되었을 때보다 역전이 해소되었을 때 주가 고점이 나타났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일드커브의 역전 해소는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졌을 때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재 미 국채 10년과 2년 금리의 차이는 -0.26%p로 1년 전 저점 -1.08% 대비 대폭 축소되는 중이다.
(동 의견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신동준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KB증권 S&T부문 상무/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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