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대응' 매년 1조 투입하는데…중복 사업에 '나눠먹기식'도

강지은 기자 2024. 7.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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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정책처 '2023 결산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
지방소멸대응기금, 특색 없이 국고 사업 유사
정주여건 개선보다 단기 체류인구 …사업 '편중'
인구감소 아닌 지자체 배분…집행률 저조 지적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귀포시 남원읍 제주동백마을을 둘러 보고 있다. 2024.05.31. woo1223@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정부가 인구감소 등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지방소멸대응기금'에 매년 1조원씩 투입하고 있지만, 지역별 특색 없이 유사한 사업만 획일적으로 추진되거나 '나눠먹기식'으로 재원이 배분되고 있다는 국회 예산정책처 지적이 나왔다.

25일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3 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도입 3년차를 맞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운용 방식과 사업 구조, 집행 관리 등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다수 제기됐다.

2022년 도입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소멸 위기에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가 매년 1조원 규모의 정부 출연금을 10년간(총 10조원) 지원하는 사업이다.

한정된 재원인 만큼 1조원은 기초자치단체에 75%, 광역자치단체에 25%를 배분하되 강원 태백 등 인구감소지역 89곳 및 부산 중구 등 관심지역 18곳에 집중 배분한다. 지자체가 투자 계획을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배분액을 결정한다.

그러나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의 추진 현황을 보면 지역 특색이나 기금 성격을 반영하지 않고 특정 분야에 편중되거나 지역별로 유사한 사업들이 획일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2년과 2023년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의 분야별 현황의 경우 총 8개 분야 1065개 사업 가운데 문화·관광 269개(25.3%), 산업·일자리 262개(24.6%), 주거 231개(21.7%) 등 3개 분야가 전체의 71.6%를 차지했다.

해당 분야의 사업은 생활인구 확대를 위한 워케이션(workation·휴가지 원격근무), 테마파크 조성 등의 문화·관광 사업, 청년 창업특구 조성 및 귀농희망 청년층 대상 일자리 사업 등이 주를 이뤘다.

반면 교육, 노인·의료, 보육, 교통 분야의 사업은 전체의 23.7%(252개)에 불과했다.

앞서 전문가들은 의료, 교육, 교통 등 인구감소지역의 정주 여건이 열악할 경우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는 만큼 관련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특정 분야의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기금 사업들이 인구 유출의 핵심 요인인 정주 여건 개선보다는 관광객 등 단기 체류인구 확대나 관광 활성화를 위한 사업에 편중되는 것은 기금의 취지를 감안할 때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지자체가 지역의 여건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투자 계획을 작성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투자계획 평가 시 지역의 특색을 살린 사업을 우선적으로 발굴해 차별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기존 정부의 국고 보조 사업과 유사한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이 다수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감소 대응을 위한 국고 보조 사업에도 성과가 저조해 마련됐는데, 비슷한 사업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귀농귀촌 활성화 지원(농림축산식품부)-농산촌 체험형 생활인구지원(기금)', '청년자립 및 활력지원(행안부)-청년창업 상상허브'(기금)', '어촌체험마을'(해양수산부)-파도소리 마중길 조성사업'(기금)' 등이다.

앞서 국회도 2022년 결산 심사 과정에서 '기금의 사업이 정부의 보조 사업과 유사해 지방 소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는 취지가 충분히 달성되지 못할 수 있다'며 단순 사업 반복이 아닌 차별화된 지역 고유의 사업 추진을 요구한 바 있다.

행안부는 이에 대해 "2022년과 2023년은 사업 초기로 지자체들이 지역 특색에 맞는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올해 투자계획 평가부터는 기존 사업과의 차별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구감소지역이 아닌 시·군·구를 포함해 '나눠주기식'으로 재원을 교부하고, 당초 취지와 달리 실외 놀이시설, 축제 전시관 신설, 전통시장 공영 주차장 조성 등 단순 시설 공사에 기금을 활용하는 지자체도 있었다.

광역자치단체에 대한 지원은 서울과 세종을 제외한 15개 시·도에 배분하되 역내 인구감소지역이 있는 지자체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는데, 하나의 사업비를 역내 모든 시·군·구에 나눠 배분하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제 때 사용되지 못하는 문제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실집행률은 인구감소지역 19.3%, 관심지역 22.2%에 불과해 집행이 상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는 "사업과 관련한 조례 제정, 지방비 확보 등 지방의회 승인을 받는 데 시일이 소요되면서 집행 부진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예산정책처는 집행 관리를 강화해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되자 올해 4월 '2025년도 지방소멸대응기금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우수 지자체를 집중 지원하기 위해 배분 체계를 개편, 최저와 최고의 배분 금액 차이를 현행 64억~144억원에서 72억~160억원으로 확대하고, 기금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사업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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