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 뛰쳐나온 변호사, 챗GPT보다 똑똑한 'AI 번역' 해냈다

남미래 기자 2024. 7.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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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 문성현 베링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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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현 베링랩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최근 HD한국조선해양이 조선업 맞춤 인공지능(AI) 번역 서비스를 개발했다. 기존 범용 번역 서비스는 조선업계의 전문용어를 정확하게 번역하지 못해 외국인 근로자와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딥엘이나 파파고, 구글 등 범용 AI 번역 솔루션은 일상적인 수준의 번역은 우수한 편이지만 법률, 의료, 금융 등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영역에서는 다소 부족한 편이다. 전문 AI 번역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다.

2020년 3월 설립된 베링랩은 법률 분야에 특화된 AI 번역 솔루션 '베링AI'을 개발했다. 영어를 중심으로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7개국어 법률문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성현 배링랩 대표는 "범용 번역기는 법률계약서에서 쓰는 용어나 표현을 정확하게 잡아내기 어렵다"며 "나라별로 법률 용어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에도 상당히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 박차고 창업…"챗GPT보다 정확한 번역"
베링랩 개요/그래픽=윤선정
베링랩은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룸메이트였던 문성현·김재윤 공동대표가 설립했다.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 후 법무법인 율촌에서 일하던 문 대표의 주 업무는 법률문서 번역이었다. 동료 변호사들도 번역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보고 창업에 나섰다.

문 대표는 "변호사로 일할 당시 업무의 60%가 번역이었다"며 "챗GPT같은 기존 번역기를 써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전문용어가 많은 법률문서는 번역의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져서 결국 다시 번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고 했다.

베링랩이 개발한 베링AI의 강점은 번역 정확도가 높다는 것이다. 베링AI는 번역의 정확도를 측정하는 수치인 법률 블루 스코어(Legal BLEU Scores)에서 챗GPT보다 1.7배 가량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정확한 번역으로 업무 효율도 30~40% 가량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베링AI가 1차 번역하면 세계 각국의 변호사가 이를 검수해 완성도를 높인 프리미엄 서비스 '베링AI 플러스'도 선보였다. 베링랩은 전 세계 30여개국 500여명의 변호사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문 대표는 "세계 각국의 웹사이트나 법률문서가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제공된 경우가 많아 영어를 중심으로 번역이 가능하다"며 "영어를 거치지 않아도 한국어와 중국어, 일본어는 바로 번역이 이뤄질 수 있게 개발 중이며 아랍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베트남어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기업·외교부도 사용…금융·임상 등 서비스 영역 확대
문성현 베링랩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주 고객사는 로펌과 기업, 외교부 등 정부부처와 기관들이다. 현재 로펌 140여곳을 포함해 고객사는 약 300여곳에 달한다. 번역한 단어 수에 따라 비용을 받는다. 민감한 문서일 수 있기 때문에 번역 데이터는 암호화하고 번역한 문서는 고객사가 다운로드하면 바로 삭제한다.

문 대표는 "모든 번역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삭제하기 때문에 베링랩도 볼 수 없다"며 "전 세계에서 유럽의 데이터 보안 수준이 가장 높은 편인데 독일 AI 번역기업 딥엘과 동일한 수준의 보안정책을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 1월 국내 리걸테크 기업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미국 'CES 2024'에 참여했다. 문 대표는 "대부분의 해외 AI 법률 번역 기업들은 현지 언어만 지원한다"며 "베링AI는 다국어를 지원하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용이하고, 500여명의 외국 변호사 네트워크를 두고 있어 전문성도 더 높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베링랩은 법률을 넘어 금융, 임상 등으로 다른 전문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게 목표다. 또 HD한국조선해양처럼 기업이나 산업에 특화한 번역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문 대표는 "글로벌 번역 시장규모가 약 80~90조원에 달하며 법률, 특허, 임상 등 전문 번역 시장은 최소 16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다"며 "우선 아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해 전문 번역 분야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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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래 기자 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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