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사라질 플라스틱, 살아남는 플라스틱
얼마 전 글로벌 스포츠용품 브랜드가 리사이클이 가능한 단 하나의 소재만을 적용한 신발을 출시했다. 이 신개념 운동화는 밑창부터 신발 끈까지 모두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루프 운동화는 사용자의 발을 떠나 다시 수거돼 작은 알갱이로 분해된 다음 유기 용매에 용해해 순도 높은 TPU로 다시 가공, 이를 다시 재활용해 운동화를 만들어낸다. 즉, 낡은 운동화 한 켤레를 재활용해 새 운동화 한 켤레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야 하는 이유로 우리는 플라스틱의 썩지 않는 성질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떠올리지만, 산업계와 정책 당국에서는 플라스틱 생산 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발생 문제와 관련한 지구온난화 문제, 그리고 자원의 효율적 사용 문제도 크게 보고 있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단단하며 가공이 편리해서 일상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페트병, 가전제품, 신발, 옷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으로 생산돼 산업 발전과 인류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로 인류는 플라스틱이 없이 살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플라스틱 리사이클 기술이다. 물론 아무 플라스틱이나 리사이클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플라스틱 리사이클 기술 중 떠오르는 기술은 플라스틱을 열분해해 항공유 등 유용한 제품을 다시 제조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PVC라는 플라스틱은 염소 성분이 포함돼 있어서 열분해 등 리사이클 과정에서 강한 독성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열분해에 의한 리사이클이 불가능하다. PVC는 아파트 창호, 바닥재, 심지어는 포장지, 벽지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이다. 우리는 분리수거할 때 PVC로 된 플라스틱을 따로 분리해 수거하지 않기 때문에 열분해 전처리 과정에서 PVC 제품을 사람이 일일이 골라내야 한다. 그렇다고 PVC와 같은 열분해에 적합하지 않은 플라스틱과 열분해에 적합한 플라스틱을 우리가 플라스틱 성분을 공부하고 라벨을 읽어보고 직접 분리 배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이유로 관심을 받게 된 기술이 리사이클 가능한 플라스틱만으로 이루어진 플라스틱 제품, 특히 그 플라스틱 단일 소재만으로 이루어진 플라스틱을 이용한 제품 개발이다. 앞서 말한 TPU 단일 운동화가 그 예이다. 예전에는 운동화에 최적인 플라스틱들을 조합해 겉면, 중창, 안창, 밑창, 바닥, 끈 등 구조별로 다양한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왔지만, 이제는 새롭게 개발한 TPU 기반 하나의 소재로 운동화 각 구조를 만들어 재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냉동식품의 포장지는 겉면은 인쇄성을 증대하기 위해 리사이클에 제약이 있는 나일론을 베이스 필름 위에 합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냉동식품 포장지의 표면에 나이론 층이 사라지면 아마도 겉면의 인쇄 상태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제품은 덜 고급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생수병에서 사라진 라벨 필름처럼 흔쾌히 리사이클 가능한 포장지로 포장된 냉동 만두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지역 내 판매하는 자동차는 리사이클 가능한 플라스틱 또는 리사이클 된 플라스틱을 기준 이상 사용해야 하는 규제가 시행됨에 따라 각 자동차 회사는 이 규제를 맞추기 위해 플라스틱 리사이클 기술뿐만 아니라 리사이클 가능한 플라스틱이 이용한 제품개발에 혈안이 돼 있다. 이제는 제품을 팔기 위해 리사이클이 가능하지 않거나 어려운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전 세계 유수의 플라스틱 원료 제조회사와 제품회사들은 이미 이에 대한 연구에 착수하여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관련 특허 출원 역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 연간 4억 6백만 톤에 이른다. 이제 최고의 제품이 아닌 최선의 제품 시대가 오고 있으며,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먹거리 분야가 탄생하고 있다. 이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세심한 정책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플라스틱은 사라질 플라스틱과 살아남는 플라스틱으로 나뉠 것이다. 리사이클 가능한 플라스틱만 살아남아 플라스틱 소비자는 고민 없이 플라스틱 분리수거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창희 특허법인 플러스 대표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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