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션' 유희제 "저를 살려준 연기, 행복하게 하고 있어요"[인터뷰S]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공진욱. SBS 드라마 ‘커넥션’(극본 이현, 연출 김문교)을 본 시청자들이라면 잊을 수 없는 이름이자 얼굴이다.
배우 유희제는 ‘커넥션’에서 장재경(지성)과 마약 커넥션의 단초를 제공하며 묵직한 스토리의 한 축을 담당했다. 여러 건의 전과가 있는 인물이지만, 빠른 두뇌 회전과 행동력, 동료들을 챙기려는 의리까지 지닌 다면적인 인물을 소화하며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유희제는 “주변에서 많이들 재밌게 봤다고 얘기를 해주셨다. 오히려 제가 나오는 걸 모르고 드라마를 봤다가 저를 발견하고 연락 주신 경우도 있었다”라고 웃으며 “다들 닥터의 정체를 많이 물어보시더라. 전 몰라야 하는 인물이니까 모른다고 답했다. 실제로는 책(대본)이 빨리 나온 편이라서 어느 정도는 알고 찍긴 했지만 진욱이 자체가 닥터를 몰라야지 재밌게 촬영할 수 있어서 진욱이 분량만 먼저 읽고 이후에 남은 대본 분량을 완독했다”라고 말했다.
공진욱은 얼굴의 커다란 흉터, 강렬한 울프컷 헤어스타일로 외연부터 거친 면모를 드러낸다. 공진욱의 시그니처로 작용한 흉터의 경우 유희제와 제작진이 함께 만들어 나간 설정이다.
유희제는 “상처는 대본상에 있었던 설정은 아니고, 감독님과 처음 미팅을 했을 때 공진욱이라는 인물 자체가 분량이 많지 않지만 한번 등장했을 때 각인이 돼야 계속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고,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스릴을 드릴 수 있는 인물이라 임팩트 있는 설정을 원하셨다. 여기에 분장팀이 아이디어를 주셔서 확장을 하면서 인물을 짙게 칠해볼 수 있었다. 다른 인물들이 포멀하게 나오니까 마약 관련된 음지 일을 하는 저같은 인물들은 귀걸이, 목걸이 같은 걸 하고 스타일리시하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얼굴의 상처는 유희제의 실제 상처를 기반으로 더욱 과장되게 키운 것이다. 유희제는 “5살 때 누나와 칼싸움을 하다가 졌다. 남자가 얼굴에 흉터가 있는 게 연기만 안 하면 문제가 아닌데 막상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누나가 미안해했다. 예전에는 좀 더 깊고 짙었는데 조금 지웠다. 완전히 복원은 안 된다고 하더라”라며 “공진욱이 어렸을 때부터 거친 일을 하다 보니 흉터가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했고, 상처가 있으니 과거도 있어 보이고 노멀한 인물처럼은 안 보여서 좋았던 것 같다”라고 했다.
머리카락 꼬리가 길게 나오는 ‘울프컷’의 경우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속 이제훈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처음엔 머리카락에 피스를 붙였고, 후반부에는 길러서 나중에는 거의 제 머리카락이다. 처음에 미팅을 했을 땐 제가 한 ‘이로운 사기’를 재밌게 보시고 연락을 주셔서 그런 헤어스타일을 원하셨다. 너무 같은 이미지의 캐릭터처럼 보일 것 같아서 고민 좀 해보겠다고 하다가 헤어스타일만으로 거친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그 안에서도 스타일리시 한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펌도 해서 부스스하게 끝이 거친 느낌을 만들었고, 뒤는 울프컷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도 헤어스타일을 찾는 과정에서 이제훈 선배가 ‘무브 투 헤븐’에서 이런 스타일을 하신 걸 보고 거칠면서도 스타일리시 해보이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고요의 바다’, ‘카지노’, ‘이로운 사기’, ‘신병2’, ‘커넥션’에 이르기까지 그의 출연작을 들여다 보면 대부분 강렬하고 남성미가 느껴지는 인물을 연기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강한 임팩트가 느껴지는 짧고 긴 ‘까까머리 그라데이션 컬렉션’도 함께다.
유희제는 “주먹밥쿵야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껄껄 웃으며 “요즘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 있다. 강인하고 임팩트 있는 인물을 많이 했으니까 조금 더 다른 면모를 보여드릴 수 있는, 어떨 때는 바보스럽다고 느껴지기까지 하는 인물을 다양하게 만나고 싶다는 게 제 욕심이자 숙제”라고 했다.
이어 “‘웰컴투 삼달리’에서 유오성 선배님의 아역을 하면서 차차 들어오지 않을까 했다. 공연을 하면 그런(착하고 바보스러운) 인물류를 많이 했어서 이런 면모도 있다는 걸 알아봐주시는데”라고 웃었다.
유희제는 대부분의 신을 지성과 소화하며 스파크 튀는 지점들을 만들어냈다. 특히 장재경이 도주하는 유희제를 쫓고, 추격 끝에 떨리는 손을 로프로 동여맨 뒤 어깨에 정확하게 총알을 꽂는 추격신은 ‘커넥션’의 백미로 손꼽힌다.
유희제는 “선배님과 촬영하면서 모든 장면을 집중도 있게 공들여서 찍으시는 모습들을 보며 작품에 대한 애착과 애정이 기본적으로 있으시다는 게 느껴졌다. 모든 작품들을 이렇게 사랑으로 해내셨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대선배’ 지성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소감을 전했다.
이어 “선배님이시고, 경력도 많이 있으신데 젊은 감독과 합의해가는 과정, 의견을 피력해가는 과정, 스태프들을 존중하고 배려해주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정말 어른이구나’ 생각했다. 후배들과 연기하면서도 상대 배우가 불편하지 않게 조언을 해주시고, 배려해주시면서 편안히 연기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지성에게 받은 배려가 기억나느냐는 질문을 받자 “어떤 신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저보다 훨씬 많은 경험이 있으시니 호흡이나 서로가 쌓아갈 수 있는 부분들을 감각적으로 알고 계셨다. 저는 라이브하게 시간을 쓰는 편이었는데 저한테 ‘조금 더 시간을 가졌을 때 편집 과정에서 잘 보일 수 있어’라는 말씀을 해주시더라. 그 말을 듣고 저도 편안하게 제 시간, 제 호흡을 가쓰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라고 지성에게 받은 도움을 떠올렸다.
유희제는 드라마 스토리상 공진욱이 ‘악인’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저 ‘빌런’처럼 보이지 않기를 원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진욱이라는 인물 자체가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인물처럼 생뚱맞게 보이기도 하고, 음지에서 있는 인물이라 그런 긴장도나 무게감이 비췄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잠깐 등장하는 순간에도 서스펜스를 가져갈 수 있는 인물이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과 감독님의 요구가 있었는데 잘 소화해냈다는 생각”이라며 “진욱이가 너무 악인처럼 보이지 않길 원했다. 근호(박상원)와 관계 속에서 의리 있는 인물이고, 이들이 ‘약쟁이’라고 불리는 거친 삶 속에서 나를 망가뜨리고 포기해서 사는 인물처럼 안 보였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제작진이) 해주셨고, 저도 그걸 원했다”라고 강조했다.
유희제는 태권도 선수를 하다 부상으로 꿈을 접었고, 연극반 활동을 하다 찾은 연기의 재미로 배우로 성장했다.
그는 “연기를 만나면서 제 삶이 조금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때까지 태권도를 했는데 처음엔 재밌었지만 중, 고등학교 때는 무기력했다.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연극반 활동 할 때 선생님들이 놀라워하셨다. 교실에서는 무기력하고 수학 시간에 잠만 자던 학생이 연극반만 가면 반짝반짝 거리고 신나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주변에서 더 놀라워하셨다. 삶의 목표나 목적을 찾은 느낌이었다. 연기가 저를 많이 구제해줬다고 해야 하나, 저를 살려준 직업”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연기가 직업이 될 줄은 사실 몰랐다. 연기 자체가 절 북돋아주고 살아있게 만들어준 친구라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시청자 분들에게 평가를 받는 일이 편안하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행복하게 연기하고 있다. 지난 10년간은 적어도 그랬다”라며 “(작품으로 이름과 얼굴을 알리면서) 가족들이 좋아해주고 주변에 자랑하신다. 엄마는 너무 나쁜 역할만 해서 마음이 아프다고, 그래서 ‘웰컴투 삼달리’를 할 때 유독 좋아하셨다. 연기하는 걸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잰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유희제는 무대를 향한 열정도 잊지 않고 있다. 공동 대표 겸 제작 PD로 극단 불의전차를 운영 중인 그는 올해만 해도 ‘이카이노 바이크’, ‘쇄골에 천사가 잠들고 있다’, ‘펜스 너머로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해’ 등 3작품을 올리며 무대를 누빈다.
유희제는 “10년 전에 꿈꿨던 대로 지금 하고 있냐고 생각하면 일단은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구체적인 목표를 잡았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목표는 목표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어떻게 보면 현실감을 찾은 거다. 꿈꾸는 소년에서 현실의 배우가 된 느낌이다. 현실 속에서도 꿈은 계속 꾸고, 현실도 마주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꿈과 같은 제가 목표했던 지점들이 펼쳐질 거라고 가능성은 믿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2024년 계획은 극단을 운영하며 10주년을 맞이했고, 10주년 레퍼토리 3개를 올리자가 목표였다. 현재 그렇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찍은 작품들이 올해 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건 소망이자 희망이다. 계획한 건 웬만하면 이루는 편이다. 책 읽기, 영어를 어느 정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올해는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서 현재 조금씩 배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제작자로서 스스로 판단하는 ‘플레이어’ 유희제는 ‘믿고 쓰는 배우’다. 유희제는 “처음에야 ‘이 배우가 이 역할에 어울려?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저는 어떻게든 종착지에서는 해낸다. 그래서 믿고 쓸 수 있는 배우고, 책임감이 강하다 보니 그게 어떤 부분에서든 끝까지 해내는 편이다. 그런 부분에서 강점이 있지 않을까, 신뢰감 있다”라고 자평했다.
믿고 보고, 믿고 쓸 수 있는 배우 유희제는 무대와 TV, 스크린을 동시에 접수할 바쁜 행보를 이어간다. 그는 “저희 불의전차 작품이 8월에도 준비돼 있으니까 보러 와주시면 감사하겠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들로 더 좋은 행보,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달려보겠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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