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린 듯 도전"...유승호→고준희 첫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190분간 관객 홀릴까 [종합]
8월 6일 LG아트센터 서울 개막
(MHN스포츠 장민수 기자) 뭔가에 홀린 듯 참여했다고 밝힌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의 배우들. 과연 3시간 1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관객을 홀릴 수 있을까.
지난 24일 서울 강북구의 한 연습실에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연습 현장 공개 및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은 신유청 연출과 황석희 번역가, 배우 손호준, 유승호, 고준희, 정혜인, 이효정, 김주호, 권은혜, 정경훈, 이태빈, 전국향, 방주란, 양지원, 이유진, 태항호, 민진웅이 참석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혼란을 다룬 작품이다. 극작가 토니 커쉬너(Tony Kushner)의 작품으로 1991년 초연했으며, 한국어 프로덕션으로는 지난 2021년 공연됐다.
백인 와스프 출신 게이 남성이자 에이즈 환자인 프라이어 월터 역에는 유승호 손호준, 조셉 피트의 아내이자 약물에 중독된 여인 하퍼 피트 역은 고준희와 정혜인이 출연한다.
손호준은 2014년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이후 10년 만에 무대 연기에 복귀한다. 그는 "제가 극 I(내향형)라 많은 사람들 앞에 서면 떨리고 편하지 않다.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다. 10년 만에 해보고 싶다, 할 수 있겠다 느끼게 된 건 일단 대본이 너무 재밌었다. 대본에 충실해서 뭔가 배우고 싶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라며 "이 연극을 선택하면서 많이 배우고 싶었다. 연기 잘하는 분들이 너무 많기에 배우면서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유승호는 2000년 MBC 드라마 '가시고기'에서 아역으로 데뷔한 후 약 25년 만에 첫 연극에 도전하게 됐다. 그러나 그는 "정확한 이유가 있기보다는 홀린 듯 하겠다고 했다"라며 "공연 끝나기 전까지 왜 하고 싶었을까 고민하면서 공연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라고 목표를 전하기도 했다.
게이이자 에이즈 환자. 두 사람은 낯선 인물을 그려내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호준은 "서로 대본을 갖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다 같이 드랙퀸 공연도 보러 갔다. 프라이어와 비슷한 성향 가진 사람들의 유튜브 등 자료도 많이 찾아봤다"라고 했다.
유승호 역시 "작품에서 다루는 이슈들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라며 "영화도 많이 찾아보고 성경 창세기 부분도 읽었다"라고 준비 과정을 전했다.
이어 "연출님 추천으로 액세서리를 하고 소수자들이 일상에서 받는 시선들을 직접 느껴보기도 했다. 많은 도움이 됐다. 그분들의 진심에 다가갈 순 없을 거라고 확신이 든다. 그렇다면 거짓말일 거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고 다양한 방법 시도해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는지 모르겠다"고 밝힌 고준희 역시 "저도 극 I에 A형에 무대 공포증이 있다. 이번 연극 통해서 많이 배우고 싶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혜인 역시 "중학교 때 한 연극을 보고 배우의 꿈을 키웠다. 언젠가 무대에 서고 싶었다. 이번 작품이 손을 내밀어 줬다. 그 손을 잡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라며 "저도 관객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멋진 무대 만들어보고 싶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역할에 대해서는 "대본 읽었을 때 지구에 살고 있는 고통 가진 한 명의 사람으로만 봤다. 근데 하퍼는 지구를 떠나 범우주적인 시선에서 세상의 모든 고통을 안을 수 있을 정도로 깊고 넓은 인물인 것 같다. 그런 하퍼에 한 발 한 발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실제 부자지간인 배우 이효정과 이유진이 극 중에서도 아버지와 아들로 출연한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효정은 김주호와 함께 악마의 변호사이자 보수주의 정치계 유력인사인 로이 콘 역을, 이유진은 양지원과 모르몬교도 출신의 미국 연방 제2항소법원 수석 서기관인 조셉 피트 역을 맡았다.
이효정은 "연극 무대에 선 게 25년 만이다. 계기는 아들이 무대에 데뷔하기 때문이다. 응원해 주려고 시작한 게 오히려 저에게 선물을 준 연극이 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아들이 제 눈을 쳐다보며 연기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내가 그걸 감내할 수 있을까도 걱정이었다"라면서도 "근데 해보니 의외로 괜찮더라. 재밌게 하고 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버지가 연기를 오래 하셨고 잘하신다고 들었지만 아빠의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라고 말한 이유진은 이번 작품을 통해 "존경심이 더 커졌다"라며 화답했다.
태항호와 민진웅은 흑인 혼혈의 전직 드래그퀸이자 현재는 간호사인 벨리즈 역으로 출연한다. 파격적인 변신과 함께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태항호는 "많이 헤매고 있다"라며 "쉽진 않지만 연출팀과 공부도 많이 했고, 성소수자의 아픔도 겪을 수 있어 좋은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민진웅 역시 "남자 배우가 한 번쯤은 도전해 볼 만한 역할이라고 본다. 좋은 기회에 좋은 역할 맡게 돼서 좋다"라며 "다양성과 행복, 곳곳에 숨은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공연"이라고 어필했다.
언어유희, 위트 있는 대사 등도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다. 이를 위해 영화, 뮤지컬, 연극 등 다수 작품에서 재치 있는 번역을 선보였던 황석희 번역가가 참여했다.
황 번역가는 이번 작품 번역 포인트에 대해 "두 언어의 물리적 한계로 고스란히 번역하면 리듬이 이어지지 않는다. 그 흐름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하는 것과 캐릭터 살리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선보였던 신유청 연출이 다시 지휘한다. 제작사도 배우도, 스태프도 상당수 바뀌었지만 무엇보다도 줄어든 러닝타임이 눈길을 끈다.
지난 시즌은 약 3개월의 간격을 두고 1, 2부로 나뉘어 공연된 가운데, 각각 225분, 270분의 러닝타임을 기록했다. 이번에는 러닝타임을 많이 단축했다. 1부에 해당하는 이번 공연은 약 190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신유청 연출은 "파트1, 2를 같이 한 무대에 올리는 게 꿈이었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해도 8시간 동안 극장에서 관객, 배우, 스태프들과 같이 그려내고 싶었다"라면서도 연습 기간, 극장 운영 시간 등 여러 현실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는 꿈을 잠시 미뤄두고 내려두려 했다. 힘들었지만 잘한 것 같다. 이렇게 같이 하니까 힘이 난다"라며 "언젠가 파트2를 할 때는 파트1을 했던 사람들이 같이 있으면 연습 시간도 더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 혼자만이 아닌 모두가 같이 꿈꿀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
종교, 인종, 성정체성 등 1980년대 미국 사회에 만연했던 문제들을 지금의 한국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김주호 "로이 콘은 나쁜 짓을 정말 많이 했다. 근데 과연 이 사람이 유대인, 에이즈 환자, 성소수자임을 부정하는 근원이 무엇인가 질문이 생겼다"라고 고민하게 되는 지점을 짚었고, 정혜인은 "다양한 재미와 메시지 얻어갈 수 있는 작품이다"라며 관람을 당부했다.
신 연출은 "고통받는 사람들 이야기 속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 내가 왜 세상에 존재하나 하는 생각들이 많이 달라졌다"라고 작품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한편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오는 8월 6일부터 9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
사진=MHN스포츠ⓒ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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