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한동훈 정치 2막

나병배 기자 2024. 7. 25.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총선 패장에서 당대표로 직행
곡절 있었지만 경쟁자 따돌려
전체 숲을 보는 '안목' 키우길
나병배 논설위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당 대표로 선출됐다. 대표 직함이 붙었고 정치 인생 2막의 시작이다. 일각에서 결선 투표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냥 한 전 장관이 이긴 게 아니라 62% 넘게 득표해 2위와 3위를 완벽 압도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은 싱거운 결말이다.

경선 과정에서 곡절도 있었지만 사실상 한 전 장관의 무혈입성이다. 이는 보수정당 계열에서 흔치 않은 기록이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일한 게 전부인데도 당 대표 자리를 거머쥐었다. 4·10 총선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한 데다 또 원외 인사임에도 그런 핸디캡은 별반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른바 대세론 위력을 증명한 전대였다 할 것이다. 생각보다 경쟁자들이 힘을 쓰지 못한 것 같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위를 하고 나경원 의원이 3위를 했는데 실제 성적은 매우 초라했다. 2위조차 20% 득표율 벽을 넘지 못했다. 한 전 장관 상대로 3대 1 구도로 싸웠지만 한 전 장관의 독주를 저지하기에는 힘에 부쳤다. 2차 결선 투표는커녕, 단판 승부로 일패도지의 쓴맛을 본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 전 장관의 낙승이 돋보였다면 반대로 경쟁자들은 변변하게 경합하지 못한 게 패착으로 분석된다. 요약하면 원 전 장관과 나 의원 모두 1위를 위협할 만한 필살기가 빈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반(反)한동훈 혹은 비(非)한동훈 전략으로 일관했으나 먹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추격하다가 제 풀에 다리 힘이 풀리는 인상을 준 측면이 없지 않다. 원 전 장관과 나 의원이 한 전 장관을 협공하더라도 각각의 시그니처 정책 상품과 미래 비전으로써 다퉜어야 했는데 별무소득인 잔펀치를 날리다 끝난 꼴이 됐다. 사뭇 실망스러운 뒷맛이 남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당대표 선거는 미리 보는 차기 대선 경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승패 결과 못지 않게 잘 지는 것도 관전포인트였다. 각각의 득표율을 떠나 그점에서 원 장관과 나 의원은 손에 잡히는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상징자본의 빈곤을 드러낸 것과 일맥상통한다 할 것이다.

그런 덕에 한 전 장관은 손쉬운 승리를 따냈다. 당권 매치 대진 운도 나쁘지 않았을 뿐더러 추격자들의 예봉이 무디어 특별히 궁지에 몰릴 일이 없었다. 한 전 장관은 정치 2막이 이렇게 열렸다. 투표에 참여한 책임당원들과 일반국민들의 현실적 선택이 한 전 장관을 집권여당 수장으로 복무하도록 밀어 올린 것이다. 예견된 귀결로 여기면 그만이지만 아쉬운 구석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변화, 미래, 반응, 경청 등을 강조했는데 아직은 추상론적으로 와 닿는 느낌이 앞선다. 지난 4·10 총선을 이끌 때 입에 올렸던 언어들이기도 하다.

당내에서는 소구력 있는 가치 지향이라는 것은 맞는 얘기다. 그러나 당밖으로 나갔을 경우 외연 확장성과 관련해 물음표가 붙는 것도 사실이다. 한 전 장관이 미래권력으로서 입지를 다져나가려면 직시해야 할 지점인 이유다. 공격 본능도 더 일깨워야 할 듯하다. 수비 위주 정치 패턴으로는 효능감이 오래 지속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정치·정책 영역도 차차 보완해 나가야 한다. 갈등 사안별 나무를 보기보다 전체 숲을 조망하는 안목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도층, 수도권, 청년세대로의 외연 확장은 정치적 수사에 그칠지 모른다.

한 전 장관 정치 2막 시대가 열렸지만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햔실정치는 냉혹하다. 잘못 스텝이 꼬이면 중도에 소진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소모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기동성 있는 정치, 강단의 리더십과 함께 포용력을 겸비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그래서 더 중요해졌다. 정치 2막에서 낭패 보게 되면 3막도 없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