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실망감에 기술주 투매···나스닥 3.64%↓ ‘올 최대 하락’[데일리국제금융시장]
테슬라 실적 부진에 위험회피 성향 확대
엔비디아·매타 등 주요 기술주
미국증시가 테슬라와 알파벳 등 대형 기술기업의 실망스러운 실적에 급락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가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란 경계감이 퍼졌다. 위험자산 회피 분위기가 생겨나면서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도하고, 금리 인하에 상승이 예상되는 안전자산인 2년물 미국 국채를 매수했다.
24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504.22포인트(-1.25%) 하락한 3만9853.8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28.61포인트(-2.31%) 떨어진 5427.1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654.94포인트(-3.64%) 내린 1만7342.41에 장을 마감했다. S&P500과 나스닥의 하락률은 각각 2022년 12월 15일, 10월 7일 이후 가장 컸다.
투자회사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 전략가는 이날 나스닥과 S&P500의 급락을 두고 △과매수 장세 △투자자들의 높은 실적 눈높이 △주식이 약세를 보여온 계절적 요인이 겹쳐 ‘퍼펙트 스톰’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주요 기술기업의 실적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기술주에 대한 집중 투매에 나섰다. 나스닥은 상위 10개 종목이 모두 하락했다. 테슬라가 12.33% 급락하며 매그니피센트7(주요 7개 기술기업) 가운데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전날 장 마감 후 발표한 2분기 실적이 실망감을 주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골드만삭스의 마크 델라니 분석가가 테슬라 목표주가를 기존 248달러에서 230달러로 내린 점도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C)는 5.03% 하락했다. 전날 장 마감 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았지만, 비용이 늘어난 데 비해 성과가 늘지 않는다는 경계감이 생겼다. 알파벳의 2분기 자본 지출은 132억 달러로 증가했는데, 이는 월가 예상치 122억 달러를 8% 초과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생각만큼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실망감이다. 이 밖에 엔비디아는 6.80% 급락했고 메타플랫폼스도 5.61% 떨어졌다. 브로드컴(7.59%), ASML(6.44%), AMD(6.08%), 퀄컴(6.35%) 주요 인공지능과 반도체 기업들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블리클리 파이낸셜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에 “투자자들이 마침내 AI 지출이 현시점에서 수익 창출기가 아닌 비용이란 점을 깨닫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트폴드 펀즈의 내네트 아보프 제이콥슨은 “지금까지 실적을 보고한 회사가 매우 적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기술 기업들의 실적이 둔화하더라도 나머지 부문은 개선될 수있다”며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주식 흐름에 선거가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처럼, 투자자들도 대선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다. 온라인 투자중개사 퍼블릭의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설문 참여 고객의 73%는 선거가 투자 전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했다.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37%)의 두배였다. 선거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지만 포트폴리오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이날 발표된 지표는 미국 경제의 핵심인 서비스업의 경기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S&P글로벌은 7월 미국 서비스지수 속보치가 56.0으로 전월 55.2에서 상승했다고 밝표했다. 이 수치는 50을 넘으면 서비스 경기가 확장하고 있다는 의미로 7월 지수는 지난 2년 4개월 중 가장 높다.
반면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5로 떨어져 위축 국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P의 최고 비즈니스이코노미스트 크리스 윌리엄슨은 “이날 지수는 3분기의 시작 시점 인플레이션은 둔화하면서 미국 경제는 강한 성장을 달리는 골디락스 시나리오에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다만 서비스와 제조업 분야 종사자 모두 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단기물은 하락한 반면 장기물은 상승하는 엇갈림 흐름을 보였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2.8bp(1bp=0.01%포인트) 하락한 4.415%에 거래됐다. 반면 10년 물 국채 수익률은 4.5bp올라 4.285%를 기록했다. 30년 국채금리는 7.7bp 오른 4.548%에 거래됐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기고문에서 경기침체 위험이 높아졌다며 고금리 장기화가 필요하다는 기존 견해를 바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주 열리는 7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주요 가상자산은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0.4% 오른 6만598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이더는 3% 하락한 3370달러다.
국제 유가는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63달러(0.82%) 오른 배럴당 77.5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9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0.70달러(0.86%) 상승한 배럴당 81.71달러에 마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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