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어닝시즌 시작…금융당국 PF 사업성 평가에 '촉각'

백지현 2024. 7. 2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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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거래 급증에 채권 평가익도 개선됐지만
하이 2000억·한투 700억 추가 충당금 적립 전망

이번주 금융지주 계열사를 시작으로 증권사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됐다. KB증권이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가운데 2분기 실적에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가 크다.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해외 주식 거래가 대폭 늘고, 금리 하락으로 채권 평가 이익이 개선된 덕분이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비중이 높은 증권사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당국이 PF 사업성 평가 점검에 나서면서 충당금 추가 누적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후순위 PF 대출을 집행하거나 브릿지론 사업장을 다수 보유한 증권사들은 앞으로 대량의 충당금을 또 쌓아야 할 처지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해외주식거래 급증에 금리하락 효과까지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 6개 상장 증권사의 2분기 순이익 총합은 1조846억원으로 전년대비 55% 늘었다. 

1분기와 비교해선 다소 줄겠지만 전년동기 대비로는 플러스(+) 성장이 전망된다.  

우선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쇼핑 행렬 속 브로커리지 관련 이익이 늘어난 덕분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해외주식 거래(매수+매도) 금액은 1031억54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346억2200만달러 늘었다. KB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키움증권 등 5개사의 해외주식거래 수수료 이익은 전년동기대비 59%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증가한 해외주식 수수료 이익은 다소 부진했던 국내주식 수수료 이익을 메꿀 것으로 보인다. 

시중금리 하락으로 채권 평가이익이 오르며 트레이딩 부문도 웃었다. 2분기말 기준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의 금리는 각각 1분기 말과 비교해 14bp(1bp=0.01%포인트)씩 떨어졌다. 특히 작년 2분기 금리가 상승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기저효과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 IB인 주식자본시장(ECM), 채권자본시장(DCM)에서는 굵직한 인수, 주관 딜을 따낸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별로 격차를 보인다. 

KB증권은 지난 23일 실적발표를 통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178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3.6% 증가했다고 밝혔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3761억원으로 현대증권 합병 이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역대 최고치 성적의 배경에는 '빅딜' 주관이 있었다. KB증권은 HD현대마린솔루션, 제일엠앤에스 등 IPO 대표주관을 진행했고 현대해상화재보험 후순위채와 넷마블 회사채 등 발행 주관 업무도 소화했다. 

그러나 발행시장 전반이 활발하지 않았던 탓에 일부 회사는 관련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분기에 이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단이 다변화하고 있으며, 은행들의 기업대출 영업 경쟁으로 자본시장을 통한 발행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대신증권의 지배주주순이익을 313억원으로 전망하며 IPO 부진, 역기저효과, 일회성 금융자문 수수료 소멸 등으로 수수료 이익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한투 추가 충당금 쌓을지도" 

한편에선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도는 '어닝쇼크' 우려도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연착륙 조치의 일환으로 사업성 재평가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증권사들이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아왔지만,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 할 수도 있다.

사업성 평가에 따라 충당금 규모는 달라진다. 사업성 평가기준은 '양호·보통·악화우려' 3단계에서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 4단계로 세분화됐다. 가장 낮은 '부실우려'에 해당하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가운데 '회수의문'으로 취급한다. 이에 따라 대출채권의 75%를 충당금으로 쌓아야하고, 이는 순이익 산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대규모 충당금을 쌓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하이투자증권이다. BNK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하이투자증권이 국내 부동산PF 개별평가에 따라 추가 충당금 2000억 가량을 쌓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유한 후순위 브릿지론 사업장 4500억원에 대해 이미 1500억원을 적립했는데 나머지 3000억원 중 70%가량을 충당금으로 쌓는다는 가정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추가 충당금 적립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신한투자증권은 한국금융지주의 PF 관련 추가 충당금 예상 규모를 700억원 내외로 내다봤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자회사 저축은행, 캐피탈은 추후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경공매 활성화 시 부담 요인"이라고 짚었다. 

더욱이 최근 금융감독당국은 캐피탈, 저축은행, 증권사들의 PF 사업장 사업성 평가를 현장 점검하며 부실 사업장 정리를 압박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업성 평가 적정성을 보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점검에 나섰다"며 "사업장마다도 상환순위별로 이해관계가가 다른 만큼 입장차도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충당금 부담이 실적 희비를 결정짓는 주요 키로 꼽고 있다. 

김지원 연구원은 "금리 인하 이후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면서도 "다만 금융당국의 사업성 평가 기준 점검, PF 자금 수수료율 개편안 마련 등 정책 과정 중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저축은행 등 타 업권에 비해 많이 쌓아둔 편이라 상반기에 추가로 쌓지 않을 것이란 예상했다"면서도 "금감원에서 사업성 평가 기준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충당금이 얼마나 쌓일지는 2분기 실적 발표 전까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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