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용재 오닐 "잃을 게 없었죠, 음악에 모든 걸 걸었으니"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6)이 8월 16일부터 9월 2일까지 열리는 도심형 여름음악축제인 제7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이상 힉엣눙크!) 무대에 선다. '순수한 서정성'(Pure Lyricism)을 주제로 한 27일 공연에서 현악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와 협연한다.
협연곡은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의 비올라 협주곡으로 아시아 초연한다. 그에게 2021년 그래미상 '최고의 클래식 기악 독주' 부문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작품이다.
용재 오닐은 최근 CBS노컷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테오파니디스가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며 이 곡의 1악장을 작곡했을 당시 9.11테러가 발생했다. 그 시기에 저 역시 맨해튼에 살면서 비극적이고 끔찍한 사건을 겪었다"며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표현한 듯한 이 곡을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연주하는 건 제게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테오파니디스뿐 아니라 엘리엇 카터, 후앙 루오, 레라 아우어바흐 등 저명한 현대 작곡가와 꾸준히 작업해온 그는 "좋은 현대음악을 소개하는 건 음악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작곡가가 그 곡을 쓴 의도나 기법이 뭔지 알고 들으면 청각적 부담이 훨씬 덜할 것"이라며 현대음악을 어려워하는 관객에게 감상 팁도 전했다.
'힉엣눙크!'(Hic et Nunc!·여기 그리고 지금!)는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가 주최한다.
축제는 이름에 걸맞게 동시대 클래식 음악에 집중하는데 특히 올해는 대부분의 출연진을 세종솔로이스츠 출신으로 채웠다. 앙상블 디토(2003~2019)를 거쳐 2020년 타카치 콰르텟에 합류한 용재 오닐 역시 세종솔로이스츠에서 6년간 비올라 수석과 독주자로 활동했다.
"세종솔로이스츠에서 음악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쌓았어요. 실내악뿐 아니라 다른 일을 할 때 꼭 알아야 할 많은 것들을 익혔죠. 30년간 지속하면서 3세대에 걸친 음악가에게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에요."
용재 오닐은 음악가로서 많은 것을 이뤘다. 현재 몸담은 타카치 콰르텟은 세계 최고 명성을 자랑한다. 연주자 중 드물게 에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상과 그래미상을 모두 받았다. 대중적으로 인기도 높다. 앙상블 디토 시절부터 팬덤을 몰고 다닌 그가 매년 연말 여는 송년 음악회는 흥행 불패로 불린다.
성공의 이면에는 좋은 음악가가 되기 위해 남몰래 기울인 노력과 실패의 경험이 있었을 터. "저는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해요. 음악에서 성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에 (실패해도) 잃을 것이 별로 없었죠. 실수를 통해 배우고 다시 도전할 수 있으니 실패는 앞으로 나아가는 통로였어요."
음악가로서 가장 위로받는 순간도 음악을 할 때다. 용재 오닐은 "음악으로 관객과 깊이 연결되고 그들이 제 연주를 통해 위로받는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제게도 큰 위안이 됩니다. 제게 음악은 현실에서 도피하지 않고 그 현실을 살아내게 하는 도구였어요.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음악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 과정에서 위로를 받았죠."
음악 말고 어떤 취미가 있는지 묻자 춘천마라톤 완주 경험이 있는 그는 "마라톤처럼 과정이 긴 운동을 좋아하고 산책, 하이킹, 요리, 독서도 즐긴다"고 했다. "캘리포니아에 연주하러 갔을 때였죠. 날씨가 좋아서 무작정 뛰었는데 제가 생각보다 긴 거리를 뛸 수 있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마라톤으로 이어졌죠."
음악가로서 25년을 열심히 달려왔다. 20대 때와는 음악적 고민의 방향이 다르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도 있다. "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그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삶이 아름답고 괜찮은 거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음악가로서 그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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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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