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새로운 세계의 전시장, 파리 올림픽

기자 2024. 7. 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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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부자든 가난하든, 평화롭든 전시든 전 세계 206개국이 한자리에 모여 ‘더 나은 세계의 실현’이란 정신에 따라 승부를 겨룬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갈수록 견디기 힘든 한여름에 펼쳐지는 축제는 온갖 고통과 시름을 잊게 해준다. 올해도 선수단 1만5000명의 경기를 연인원 1500만명의 관광객과 전 세계 30억명 이상의 TV 시청자가 지켜볼 예정이라 한다.

이번 올림픽은 역사상 최초의 친환경 올림픽으로 치러지며 그 전시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새로운 세계가 어떤 모습인지, 그 희망과 난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것이다. 목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난 올림픽의 절반 이하(158만t)로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건설, 운송, 조달, 케이터링까지 전 과정에서 감축 계획을 실현한다. 뼈를 깎는 노력과 담대한 발상이 필요하며 비판과 위험까지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우선 경기장을 새로 짓지 않고 기존 시설을 쓰거나 목재, 저탄소 시멘트, 재활용 재료를 사용한 가설 경기장을 세웠다. 센강 개회식, 에펠탑 비치발리볼, 베르사유 근대5종, 그랑팔레 태권도 경기장은 그렇게 나왔다. 심지어 서핑은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남태평양 타히티섬에서 열린다. 근대 올림픽 이후 모든 개최지가 대규모 건설을 추진하며 도시개조의 기회로 삼아온 것과 사뭇 다르다. 올림픽이라는 경험만 남기고 물질은 남기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에어컨이 없는 선수촌은 줄곧 논란이 됐다. 선풍기로 해결하려다 결국 비용을 부담하는 국가의 숙소에 에어컨 2500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친환경도 좋지만 육체적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에게 너무 각박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패시브 건축물인 선수촌은 70m 지하수를 끌어다 냉방에 활용해 바깥보다 6도가 낮다. 여기에 골판지 침대를 놓고 매트리스는 폐어망을 재활용하며 쓰던 이불은 선수들에게 기념품으로 준다. 에어컨 논란을 넘어 이런 부분도 눈여겨봐야 한다.

대부분 경기장이 반경 10㎞ 안에 위치해 교통량을 최소화한 것도 특징이다. 선수와 관중은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소형 항공기로 공항과 도심을 연결한다. 보행로와 자전거도로, 녹지를 정비해 걷기 좋은 도시로 만들려는 노력도 뒤따랐다. 플라스틱 절반 줄이기에도 도전한다. 경기장에 일회용품 반입을 금지하고 음료수 분수대를 설치했다. 1300만끼의 선수촌 급식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아보카도를 제외한 채소 위주의 저탄소 식단을 짜고 로컬푸드를 사용한다.

더 많은 사례보다는 이런 올림픽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따져보는 게 이롭다. 우선 국제사회의 인식이 높아졌다. 1992년 유엔에서 시작된 기후논의는 실패를 거듭해왔으나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기후위기를 외면한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존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신기후체제를 출범시킨 파리에서 10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은 그 시험장으로 스포츠, 지자체, 사회의 친환경 전환을 표방했다.

프랑스가 자유, 평등, 우애라는 가치 아래 일어선 시민혁명의 국가라는 점도 있다. 자유는 자본주의, 평등은 사회주의를 낳았지만 이제 취약한 존재를 배려하는 우애의 가치가 중요하다. 프랑스는 기득권 질서와 문화에 저항한 68혁명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지금 필요한 혁명은 관습을 떨치고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지속 가능성 혁명이다.

무엇보다 파리의 지방정치에 주목하고 싶다. 인구 240만명인 파리의 안 이달고 시장은 사회당 소속으로 2020년부터 추진한 ‘15분 도시’를 통해 한국에 널리 알려졌지만 2014년부터 시장으로 재직해왔다. 친환경 혁신정책을 추진하면서 많은 반발에 부딪혔으나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환경을 지키지 못한다면 올림픽은 없다”고 선언한 그는 수영이 금지된 지 100년 만에 센강 정화작업을 벌이고 직접 강물에서 수영했다.

좀 빠른 이야기지만 다음 올림픽은 2028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2017년 파리와 LA를 동시에 개최지로 선정했다. 그 유치전이 한창이던 2016년 당시 LA 인근 작은 도시에서 살았던 나는 ‘친환경 올림픽’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8년 만에 조금은 감을 잡게 되었다. 자신을 멸종으로 몰아넣는 인간에 대한 실망이 조금은 기대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하다. 인명사고 없는 올림픽을 기원한다. 1924년과 2024년의 파리는 평균기온 1.8도, 여름 기온은 3.1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한윤정 전환연구자

한윤정 전환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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