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연구진, 치사율 50% 패혈증 검사 3일서 13시간으로 단축

홍아름 기자 2024. 7. 2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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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서울대병원 연구진, 네이처에 발표
병원균 종류 찾고 맞는 치료제 찾는 시간 줄여
권성훈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연구실. 권 교수와 박완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연구진은 패혈증을 유발한 병원균을 식별하고 적합한 치료제를 찾는 시간을 3일에서 13시간으로 단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권성훈 교수 연구실

국내 연구진이 패혈증 치료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방법을 개발했다. 패혈증은 병원균에 감염돼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다. 치사율이 40~60%로 국내에서도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권성훈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와 박완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공동 연구진은 2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패혈증을 유발한 병원균을 식별하고 적합한 치료제를 찾기까지 3일씩 걸리는데 이 시간을 13시간으로 단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패혈증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를 찾기까지 4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혈액 1mL(밀리리터, 1000분의 1L)에 5~10마리뿐인 병원균 수를 늘리는 ‘혈액 배양’ 이후 균만 따로 걸러내 다시 증식시키는 ‘순수 배양’을 거친다. 배양한 병원균의 종류를 파악하고 약물 시험을 거쳐 적합한 치료제를 찾는 방식이다.

박완범 교수는 “혈액 배양과 순수 배양에만 각각 하루가 걸리고, 어떤 균인지, 해당 원인균에 어떤 항생제가 잘 드는지 검사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최소 72시간이 걸린다”며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겐 하루, 단 몇 시간도 애가 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패혈증 원인균 배양부터 항생제를 찾기까지 대폭 시간을 줄인 초고속 검사 방법인 ‘유라스트(URAST)’를 개발했다. 단백질을 이루는 펩타이드로 혈액에서 병원균만 골라 추출해 적은 수로도 분석할 수 있다. 병원균을 식별하고 항생제를 찾는 시간도 줄여 기존 방식보다 40~60시간을 단축했다. 연구진은 검사 시간을 줄일수록 빠르게 치료제를 찾을 수 있고,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사용되는 불필요한 항생제의 양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균 감염 의심 환자 19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병원균의 종류를 식별하는 단계에서 기존 방법으로 얻은 결과와 100% 일치했다. 검사에 걸리는 평균 시간은 약 13시간이었다. 기존 방법의 18%에 불과한 시간이다. 연구진은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임상 검증이 필요하다”며 “전 단계를 통합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훈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파란 가운) 연구진. 김태현 박사후연구원(뒷줄 왼쪽부터 두 번째), 강준원 박사과정생(앞줄 왼쪽부터 두 번째)이 이번 연구의 공동 제1 저자다. 오른쪽에 보이는 기기는 '디라스트'로 이번에 개발한 '유라스트'의 이전 버전이다./권성훈 교수 연구실

전 세계적으로 병원균 감염을 진단하는 기술 시장은 12조~13조원이 넘는다. 2050년쯤에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 문제가 커지면서 시장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권 교수는 “이전에 순수 배양 단계를 없앤 ‘디라스트(DRAST)’에서 혈액 배양 단계까지 없앤 유라스트로 발전시켰다”며 “결과를 상용화해 24시간 검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디라스트는 권 교수가 창업한 회사인 퀀타매트릭스가 2~3년 만에 상용화해 유럽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도 퀀타매트릭스에서 상용화를 진행한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 연구진이 직접 의대 교수들에게 시급하게 개발해야 할 기술이 무엇인지 물어본 뒤 시작됐다. 권 교수가 늘 ‘개발한 기술은 쓰여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연구 과정에서 패혈증에 걸렸던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걸 보면서 필요성을 더 실감했다. 권 교수는 “패혈증 문제를 접하고 지난 10년 동안 병원과 협업한 결과가 저명한 학술지에 발표돼 기쁘다”며 “앞으로 사람 없이 자동으로 24시간 검사가 가능하도록 기술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제1 저자인 김태현 박사후연구원은 지난 20일 결혼식을 올린 데 이어 25일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겹경사를 맞았다고 했다. 앞으로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로 자리를 옮겨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만 6년 정도 걸렸는데, 긴 시간 동안 옆에서 응원한 아내에게 감사하다”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검사 단계를 모두 합친 올인원(All-in-one) 장비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77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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