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0일 앞두고 리셋된 美대선…트럼프-해리스 맞대결로 재편①

김현 특파원 2024. 7.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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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피격·바이든 재선 포기 등 대형 변수로 대선 판도 시계제로
트럼프 '대세론 형성' 전략 수정 불가피…해리스, 초반 맹추격 속 낮은 호감도 과제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자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2024.07.22/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태 등 대형 변수들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대선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27일 TV토론 참패 이후 후보사퇴론에 직면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1일 전격 사퇴하면서 일찌감치 형성됐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 구도는 완전히 '리셋'된 상태다.

그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후보군에게 우위를 보여왔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중도 낙마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급부상이라는 대형 변수가 발생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선거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 지지로 유력 대안으로 부상한 해리스 부통령을 잡음 없이 대선후보 선출하는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두고 갈라졌던 당 내부를 신속하게 통합하고 이탈한 지지층까지 결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시계제로' 美대선, '트럼프 vs 해리스' 맞대결로 급속 재편

24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국 대선이 104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시계제로의 상태다.

40여년 만에 유력한 공화당 후보에 대한 암살 미수 사건이 발생한 데다 대선후보 지명을 앞둔 현직 대통령이 재선 포기를 선언하는 등 그야말로 초대형 변수들이 이번 대선을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식적인 후보 선출 절차만 남겨둔 현직 대통령이 대선 3개월여 전에 재선 도전을 포기한 것은 미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이는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대선 구도가 급변하는 초유의 상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도 "불확실성이 다가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 상황만 놓고 보면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를 선언한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등판할 가능성이 확실시됨에 따라 이번 대선은 78세의 백인 남성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59세의 흑인 여성인 해리스 부통령간 맞대결로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간 맞대결이 공식적으로 성사된다면 미국 역사상 두 번째 남녀 대결(첫 번째는 트럼프 대 힐러리 클린턴)이자 사상 최초의 보수적 백인 남성과 진보적 흑인 여성간 맞대결이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유세를 하던 중 총격 사건이 발생해 얼굴에 핏자국을 묻은 가운데 경호원들과 긴급하게 대피를 하고 있다. 2024.07.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대세론 구축'하려던 트럼프, 선거전략 수정 불가피

4년 만에 백악관 복귀를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역사상 최초로 형사 기소된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와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열혈 지지층의 결집을 토대로 각종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위를 지켜왔다.

지난달 TV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가 재점화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율 격차를 더 벌렸다.

특히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주(州) 유세 도중 피격을 당한 직후 성조기 아래에서 피가 묻은 얼굴로 주먹을 불끈 들어 올리며 "파이트(Fight·싸우자)"를 연신 외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인한 모습은 노쇠한 바이든 대통령과 뚜렷하게 대조되면서 사실상 이번 대선의 승기를 거머쥐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사건 이튿날부터 '국민 통합'을 기치로 내걸며 '대세론 만들기'에 나섰다.

자신의 대관식이었던 공화당 전당대회(15~18일) 후보수락 연설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비판보단 자신의 비전과 정책,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뒀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적인 낙마와 해리스 부통령의 등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세론 확산' 전략은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과 실책을 비판하는 선거 전략을 펴왔지만, 인종·성별·세대에 있어 확연히 다른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다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의 초반 상승세가 만만치 않자 해리스 부통령의 이민·국경 정책을 비판하는가 하면 TV토론을 제안하는 등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엔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한축이었다는 점을 부각하고 각종 실책에 대한 '공동책임론'을 펴기 위한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연방선거위원회(FEC)에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대선 캠프의 선거자금을 승계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웨스트 앨리스 고교에서 첫 선거 유세를 갖고 “중산층을 키우는 것이 내 임기의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 2024.07.2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사실상 후보 확정된 해리스, 미래·여성 내세워 트럼프 공격

25일간의 심각한 당 내홍 끝에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를 끌어낸 민주당은 신속하면서도 또 다른 잡음 없이 새로운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재로선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승계자로 손을 들어준 해리스 부통령이 사실상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상태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미 최소 2200여명이 넘는 대의원의 지지를 얻어 매직넘버(단순과반)인 1976명을 넘어섰다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온라인 투표는 전당대회(8월19~22일·시카고)에 앞서 내달 7일 전에 이뤄질 예정이다.

해리스 부통령의 부상 이후 민주당은 빠르게 그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과 당내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은 일찌감치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당내 유력 인사들도 해리스 부통령의 지원군이 됐다.

사실상 대선후보로 자리매김한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의 검사 이력 등을 내세워 이번 대선을 '미래 대 과거'의 대결, '검사 대 중범죄자'의 대결로 규정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 모드를 취하고 있다. 여성 낙태권 문제도 본격적으로 쟁점화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날 공화당 전대가 열렸던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실시한 첫 대중 유세에서 "저는 여성을 학대하는 (성)약탈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어긴 사기꾼 등 모든 사람을 상대해 봤다. 저는 트럼프 같은 유형을 잘 안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날을 세웠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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