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담긴 말을 하는 정치인이 보고 싶다 [프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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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글보다 말을 유심히 보는 요즘이다.
그중 최고봉은 '사람'이 담긴 말을 하는 정치인이라 여긴다.
여의도는 말이라는 무기를 들고 홀연히 나서는 전장이라, '말이 칼이 되는' 순간을 자주 목격한다.
그러다 보면 그 말의 대상이 '사람'이라는 걸 잊는 정치인들이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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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글보다 말을 유심히 보는 요즘이다. 정치 라이브 콘텐츠(〈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를 다루면서 생긴 습관이다. 말을 유려하게 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전하고자 하는 요지(언론계 은어로 ‘야마’)가 명확하든, 새로운 정보가 있든, 재미가 있든…. ‘킥’이 하나쯤 있는 이라면 눈길이 간다. 그중 최고봉은 ‘사람’이 담긴 말을 하는 정치인이라 여긴다.
물론 쉽지 않다. 여의도는 말이라는 무기를 들고 홀연히 나서는 전장이라, ‘말이 칼이 되는’ 순간을 자주 목격한다. 때로는 그러한 말로 무장한 이들이 검투사가 되어 환호 받는 장면을 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그 말의 대상이 ‘사람’이라는 걸 잊는 정치인들이 종종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채 상병 특검법 반대 토론을 보면서 다시금 이 생각을 했다. 7월4일 주 의원은 채 상병 순직에 “국민 여러분들도 굉장히 가슴 아프시고, 저희도 굉장히 가슴 아프고, 저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이게 사망사고가 아니라 여러 명이, 예를 들어서 군 장비를 실수로 파손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가정해보자”라고 말했다.
또한 “충분한 조사 기간과 본인이 항변할 기회를 주지도 않고 무조건 파손 책임을 물어가지고 본인 집에 대해서 압류를 한다고 하면 누가 승복할 수 있겠느냐?”라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이거는 파손 사건이 아니라 사망사건”이라면서도 “하지만 사망사건이든 파손 사건이든 조사의 체계라든지 형평성이나 이런 것들은 같은 기준으로 적용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람의 죽음을 장비 파손에 빗댔다는 야당의 비판이 일자, 주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거짓 프레임으로 합리적 문제 제기를 회피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윤리위원회에 주 의원을 제소하자, 맞제소했다고 밝혔다. “발언을 왜곡해서 사람의 죽음을 사물에 빗댔다고 떠들어 언론 기사가 나게 함으로써 유족과 국민께 더 고통을 준 것은 민주당이다.”
여당·야당을 빼고 생각해보자. 채 상병 유족들은 주 의원의 발언을 어떻게 봤을까. 채 상병의 동료들은 주 의원의 발언을 어떻게 봤을까. 채 상병 1주기가 이렇게 지났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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