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만든 'K-유니콘'...이런 창업생태계가 '인구재앙' 막는다

김성휘 기자, 남미래 기자 2024. 7. 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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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웰컴인! 대한민국' ④-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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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3일 삼성전자는 올림픽 옥외광고가 프랑스 파리의 주요 명소 ‘오페라 가르니에’, ‘라 데팡스’ 등에서 진행중이며, 패럴림픽이 종료되는 9월말까지 운영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오페라 가르니에(삼성전자 제공) 2024.6.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프랑스는 해외 인력과 기업을 프랑스로 유치하기 위한 '프렌치테크 티켓' 제도를 운영한다. 비자 및 거주허가 간소화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기업(팀)은 창업초기부터 성장과정 전 구간에 걸쳐 인큐베이팅·사업자금·비자혜택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프랑스 정부와 공공기관이 힘을 합친 조직 '라프렌치테크'가 이 정책을 관장한다. 프랑스는 영국을 제외하면 EU(유럽연합) 가운데 스타트업 생태계가 가장 발달한 걸로 평가된다.

#운동 및 치료용 스마트 탁구대를 개발한 스타트업 패스트퐁은 네팔·이란 등에서 온 유학생 출신이 국내에 설립했다. 해외수출까지 활발히 하고 있지만 비자 갱신 등 다양한 어려움에 부딪치곤 한다.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시다르타 비크람 판데이 한양대 스포츠산업과학부 교수는 유창한 한국어로 "2007년 유학생으로 한국에 왔을 때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많은 외국인 스타트업들이 여전히 큰 장벽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대한민국은 합계출산율 0.7명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고 있다. 해외진출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뿐 아니라 국내 인구와 시장을 키워 경제위축 요인을 상쇄하는 것이 큰 과제다. 자본·인재·기업 등 경제 핵심요소의 국내 유입을 늘리는 이른바 '인바운드' 전략이 아웃바운드(해외진출)와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창업 열기가 높다면 경제 생태계 전체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재앙적 인구위기, 자본·인재·기업 위축 불보듯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4월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스타트업 청년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4.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202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100명의 다음 세대가 70명(70%)이 된다는 뜻이 아니다. 부모 2명이 있어야 아이를 낳을 수 있으므로 사실상 200명의 다음 세대가 70명(35%)이라는 계산이다. 이 출산율이 두 세대동안 유지되면 200명이던 조부모 세대는 손자·손녀 대에 24.5명으로 급감한다.

인구절벽뿐 아니다. 지난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964~1974년생을 뜻하는 2차 베이비부머가 올해부터 법정은퇴연령(60세)에 진입한다. 60대 남녀 고용률에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면 인구가 많은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 행렬은 2024~2034년 사이 연간 경제성장률을 0.38%p 하락시킨다는 시나리오다.

이대로면 노동력이 감소하고 소비시장 위축도 잇따를 수 있다. 출산율 제고와 함께 시급한 경제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그 중에서도 외국인을 국내에 유입하는 인바운드 대책이 절실하다. 인바운드 창업 또는 취업은 국제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외국인 창업자들을 국내에 유치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내외국인들이 자극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혁신을 촉진한다.

이밖에도 노동인구 유입 등 인바운드 경제가 지니는 장점이 적잖다. 실제로 외국인들의 접근성이 좋은 서울시는 최근 글로벌 창업평가기관 스타트업지놈 조사 결과 전세계 300개 도시 중 창업하기 좋은 곳 9위에 올랐다.
외국인 창업비자 문 좁고 발급돼도 갱신·유지 까다로워
2024 세계 주요도시 창업환경 톱10/그래픽=이지혜
그럼에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창업환경 격차가 크다. 외국인 창업시 느끼는 어려움도 적잖다. 다문화에 대한 포용력이 부족하고 영어 등 외국어 활용에도 제한이 있다. 이 때문인지 주요국 중 외국인 창업자가 설립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이 없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특히 한국의 외국인 창업비자(D-8-4) 발급 요건은 해외에 비해 까다로운 편이다. 법무부 주관 글로벌창업이민센터의 오아시스(OASIS) 프로그램에서 80점 이상 받아야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이 점수는 1억원 이상 투자유치나 특허 등록 등 다수의 요건을 확보해야 충족할 수 있다. 국내 전문대 이상이나 해외 학사 학위 이상의 학력까지 필요하다.

내국인은 법적으로 자본금 100원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하지만 외국인에겐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셈이다. 어렵사리 창업비자를 받아도 난제가 이어진다. 비자 갱신 요건에 매출 실적이 있는 게 대표적이다. 초기 스타트업이 1년 내 유의미한 실적을 올리기 어려운데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사업을 접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한 패스트퐁 스마트 탁구대/사진=패스트퐁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은 "외국인 창업자 비자는 발급이 매우 적은 희소한 비자"라며 "비자 갱신을 위한 매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C랩에서 분사한 아가르왈 판카즈 태그하이브 대표는 "항상 외국인이니까 조금 더 (노력)해야 하더라. (투자자들은) '외국인에게 투자했다가 한국을 떠나면 어떡하느냐' 하고 걱정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창업한 K-유니콘 만들자" 꿈일까
반면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 싱가포르 등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승인 받으면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독일은 현지 법인을 설립해 창업자인 본인을 고용해 취업비자를 발급받는 방법도 가능하다. 주요국의 비자 갱신 주기는 3~4년으로 우리나라(1년)보다 길다. 비자를 받기 위한 학력 기준도 대체로 한국보단 낮다. 지원 규모도 파격적이다.
한국 스타트업 인바운드 생태계 개선지점/그래픽=이지혜

싱가포르 '스타트업 SG 테크' 프로그램은 PoC(사업실증) 프로젝트의 경우 최대 25만싱가포르달러(약 2.4억원), PoV(가치검증)는 50만싱가포르달러(약 4.8억 원)를 지원한다. 독일 '베를린 스타트업 스칼라십'은 1년간 매달 창업자 1인에게 2000유로를 지원한다. 공동창업자가 2명이면 총 4000유로를 매달 지원받는 셈이다.

동반 가족의 비자도 조건 없이 발급하거나 국내보다 발급 조건이 낮은 편이다. 프랑스는 별도의 재직 확인이나 소득 평가가 없다. 한국은 급여나 통장 잔고로 소득 증빙을 해 발급을 받아야 하는데 이 역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을 벤치마크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창업비자를 발급할 때 매출액 요건뿐 아니라 기술성과 사업성을 고려하고, 취업비자 발급시에는 기량 검증을 통해 요건을 완화해주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오는 31일 서울 강남구에서 글로벌스타트업센터(GSC)를 연다. GSC는 인바운드 코리아 정책의 대표사례로, 국내 창업을 원하는 외국인 기업가들에게 비자·세무·법률 업무 등 포괄적인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프랑스 라프렌치테크 소개/사진=라프렌치테크


한편 인바운드 강국은 중기부만의 몫은 아니다. 정부가 명확한 비전을 세우고, 범부처 차원에서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인재와 자본 등의 국내 유입을 늘리는 데 걸림돌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패스트퐁은 제13회 청년기업가대회 본선에 오르는 등 '외국인 창업 K-유니콘'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판데이 교수는 "실패도 경험이라는데, 외국인 창업가들은 실패할 기회라도 갖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남미래 기자 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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