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세권 아파트인데 "지방이잖아, 안 가요"…저출생 특공 온도차
정부가 빠른 속도로 악화되는 저출생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주거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신혼부부 대상 공급 물량을 늘리고 다자녀 가구 등 특별공급 요건을 완화하는 게 대표적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신혼부부들의 주거비 부담을 대폭 낮춘 '반값 전세', '만원주택' 등의 임대주택 공급 방안도 쏟아낸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에서의 온도차가 큰 만큼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주거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까지 제1차 장기전세주택2 공급 물량인 올림픽파크포레온 300가구에 대한 입주자를 모집한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신혼부부(혼인신고 7년 이내) 또는 예비 신혼부부가 대상이며 아이가 없어도 10년간 거주 가능, 입주 후 아이를 1명만 낳으면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다. 임대료는 전용면적 49㎡ 기준 3억5250만원, 전용 59㎡ 4억2375만원으로 시세의 절반 수준이다.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고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제공해 자녀 계획과 출산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전남 화순군에서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만원주택'이 올해 9월 입주를 시작한다. 만원주택은 화순군이 민간기업 부영주택이 운영하는 임대아파트를 선임대해 월 1만원 임대료로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재임대하는 사업이다. 임대 대상은 화순읍에 위치한 66㎡형 아파트로 가구당 4600만원의 임대보증금은 군에서 전액 지원한다.
저출생 대응은 분양시장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지난달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출산 가구 대상 주택 공급을 기존 계획인 7만 가구에서 12만 가구로 확대했다. 민간분양 내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현행 18%에서 23%로 늘리고 신혼부부 특공 물량 내 신생아 우선 공급 비율을 20%에서 35%로 확대한다. 공공분양의 경우 일반공급 물량의 50%를 신생아 우선으로 공급한다.
수요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1일 진행된 서울 마포구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 특별공급 접수에는 213세대 모집에 1만2535명이 신청해 평균 5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중 저출생 대응 관련 물량인 다자녀(43세대)·신혼부부(75세대)·생애최초(38세대) 전형에 총 1만2316명이 몰렸다.
특히 정부가 다자녀 가구 기준을 기존 자녀 3명에서 2명으로 완화한 효과가 톡톡히 나타났다.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 특별공급 물량 중 다자녀 가구 43세대 모집에만 1049명이 접수해 24대1의 평균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 8일 특별공급을 모집한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동탄역 대방 엘리움 더 시그니처' 역시 다자녀 가구 46세대 모집에 2171명이 신청했다. 신혼부부(84세대)와 생애최초(88세대) 전형에도 각각 6683명, 9045명이 몰렸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저출생 대응 특별공급 청약 미달 단지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4월 공급된 강원도 원주시 '원주 프루지오 더 센트럴'은 학군이 우수한 원주 원도심 입지에도 불구하고 다자녀 가구 63세대 모집에 3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신혼부부(215세대), 생애최초(167세대)에도 각각 9세대, 34세대가 신청해 대거 미달됐다.
대구에서도 학군이 뛰어난 수성구에 들어선 '힐스테이트 황금역 리저브 1단지'는 지난 5월 다자녀·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접수에 단 6명만 신청했다. 14세대를 모집한 다자녀 가구에는 신청자가 전무했고 신혼부부(27세대), 생애최초(13세대)에 각각 2명, 4명이 접수했다.
이처럼 수도권과 지방의 온도차가 크게 나타나면서 지역별 저출생 대응 주거정책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특별공급 경쟁률을 확인하면 지방의 경우 저출생 대응 특별공급에서 청약 미달 단지가 다수 발생한 반면 수도권 내 양호 입지에서는 높은 청약 경쟁률이 나타났다"며 "지역별 주택 수요의 규모와 종류가 달라 저출생 대응 정책 효과도 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은 저출생 대응 물량 배분의 중요성이 크고 지방은 양육친화적 주거환경 전반의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저출생 대응 주거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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