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서 웅장한 베르사유궁전이 한눈에…이색 승마장 [올림픽]
한국 선수들도 '특별한 경기장'서 말과 호흡
(베르사유=뉴스1) 이상철 기자 = 세계적 명소에서 메달을 놓고 열전을 펼치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가장 이색적인 경기장을 꼽는다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베르사유궁전이다.
이번 파리 대회 승마(마장마술·종합마술·장애물)와 근대5종의 승마 경기는 이 웅장한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파리 외곽 서부에 위치한 베르사유궁전은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 명소 중 하나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프랑스관광청에 따르면 면적만 무려 6만 3154㎡에 이르고 방이 2300개, 분수가 1400개에 달한다.
프랑스 절대왕정 시대의 화려함과 웅장함을 상징하는 베르사유궁전에서 올림픽 경기가 열린다는 것이 갸우뚱거릴 수 있지만, 프랑스 역사를 살펴보면 '말'과 관련해 최적의 장소다.
루이 14세는 1679년부터 1682년까지 왕실 마구간을 만들 것을 명령했는데, 18세기에는 이곳에서 1500여 명이 왕족의 여행과 사냥에 동원된 말 2000여 필을 관리하기도 했다. 현재 베르사유궁전 내 왕실 마구간과 마차 갤러리는 관광객이 꼭 둘러봐야 할 곳으로 인기가 많다.
베르사유궁전에서 승마 경기가 어떻게 열릴지 궁금증이 커지는 가운데 공식 경기장은 24일(한국시간) 빗장을 열었다. 각국에서 모인 승마 대표팀의 훈련이 이날부터 공식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일단 베르사유궁전에서 경기장 출입구까지 찾아가는 것부터 도통 쉽지 않다. 관광객이 몰려드는 정문에 도착했다면, 길을 잘못 찾은 셈이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베르사유궁전의 제일 위쪽 부지에 승마 경기장을 마련했는데, 여기까지 가려면 한참을 돌아가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하면 찌푸렸던 미간이 금세 펴졌다. 맑은 공기와 울창한 나무숲이 반기는데, 대회 어느 경기장에서도 느낄 수 없는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탁 트인 자연환경에서 크게 숨을 들이켜며 10분가량을 걸어가자 승마 경기장이 나타났다.
베르사유궁전에서는 먼저 승마 경기가 펼쳐지는데, 개회식 다음 날인 27일부터 마장마술 개인전과 단체전이 열린다.
대회가 임박했지만, 아직 손봐야 할 곳이 여럿이었다.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장, 라운지는 물론 말과 기수가 호흡을 맞추기 위한 훈련 장소 등에 각종 설치물을 작업하느라 바빴다.
말이 힘차게 뛸 경기장도 아직은 휑한 느낌이지만, 하나씩 채워가는 중이다.
기수가 말을 타고 경기장에 입장할 길은 잘 조성됐고 경기 진행자들이 업무할 건물도 마련됐다. 관중을 수용할 가변석도 경기장 세 방향으로 설치됐다. 관계자들은 경기장 곳곳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등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가변석이 설치되지 않아 뻥 뚫린 방향에는 화려하고 웅장한 궁전과 푸르른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궁전과 정원을 배경으로 승마의 우아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던 대회 조직위의 얘기대로 확실히 색다른 느낌을 줬다.
각국 승마 대표팀도 본격적으로 파리 올림픽 준비하기 시작했다.
일본, 중국, 영국, 미국, 이탈리아, 폴란드, 체코 등 선수단이 하나둘 승마 경기장으로 집결했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세계 곳곳에서 파리까지 온 말들은 경기장에 들어오기 전에 철저한 검역 작업을 거쳐야 했고, 수많은 스태프는 건초 등 말에 필요한 물품들을 수없이 옮겼다. 짐을 풀고 준비를 마친 기수는 말을 타고 질주, 곧바로 현지 적응에 돌입했다.
숨 돌릴 틈도 없었지만 하나같이 설레고 밝은 표정이었다. 대회 관계자는 "베르사유궁전에서 말을 타고 올림픽 경기한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다들 큰 기대감을 품으며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유일하게 파리 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승마 선수 황영식은 25일 프랑스에 입성, 본격적으로 대회를 준비한다.
8월 6일 승마 경기 일정이 모두 종료된 뒤에는 9일과 10일 근대5종 승마 경기를 진행한다.
전웅태, 서창완, 성승민, 김선우 등이 출전하는 근대5종 대표팀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노린다. 5개 종목을 두루 잘해야 하는 근대5종 특성상 승마 경기도 허투루 할 수 없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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