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도 부족하다"…레버리지로 몰려드는 서학개미

김인경 2024. 7. 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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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트레이드에 '반도체 3배 ETF' 5800억원 '사자'
트럼프 총격 후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레버리지 '싹쓸이'
"3배 수익, 3배 손실과 한끗차…신중한 접근 필요"
고배율 ETF 막힌 韓, 美 3배 ETF 담는 상품도 나와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미국 대선을 둘러싼 변동성이 확대하며 증시를 통해 놓은 수익을 얻는 것이 어려워지자 서학개미는 발 빠르게 2배, 3배 레버리지(차입) 상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다만, 레버리지 상품은 올랐을 때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잃었을 때 손실도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트럼프 피격 후…서학개미, 반도체 3배 ETF로 몰렸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습이 일어난 지난 15일부터 23일까지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상품은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3배 불(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로 나타났다. 서학개미는 ICE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이 상품을 7일간 무려 4억1802만달러(5787억원) 사들였다.

또 서학개미는 엔비디아의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그래닛셰어즈 2.0X 롱엔비디아 데일리(GRANITESHARES 2.0X LONG NVDA DAILY) ETF’도 1억140만달러(1404억원) 순매수했다.

테슬라의 하루 수익률을 1.5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X(DIREXION DAILY TSLA BULL 1.5X SHARES)’와 나스닥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PROSHARES ULTRAPRO QQQ) ETF’도 각각 6564만달러(909억원), 3771만달러(522억원) 장바구니에 담았다.

지난 7거래일간 서학개미의 상위 순매수 6위 안까지 레버리지 ETF가 무려 4개나 이름을 올렸으며 심지어 이 중 2개는 3배의 수익률을 추종하고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수혜주로 돈이 몰리는 현상)’로 갑작스럽게 급락한 종목을 담아 반등을 노리는 전략으로, 특히 레버리지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이 드러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카운티에서 유세 중 총격을 당했다. 갑작스러운 피격이었지만, 사건 직후 강인한 이미지가 부각하며 11월 대선 당선 가능성이 확대했다.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은 사건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월 대선 당선 가능성을 71%로 점칠 정도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지난 트럼프 1기의 보호주의 무역이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주들이 급락했다. 게다가 바이든 정부도 최근 네덜란드와 일본 등 동맹국들에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허용하면 엄격한 무역 제한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통보했다. 가뜩이나 과열 우려가 나왔던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주,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등이 급락했다. 실제 엔비디아의 지난주(15~19일) 하락률은 8.75%에 달했다.

“방향 잘못 타면 3배 손실…주의 필요”

서학개미의 최근 투자는 수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후 미국 대선이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가며 트럼프 트레이드가 잠잠해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새로운 대선 후보로 기대되는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이 양자 가상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도하자 반도체 매도 압력도 줄어들고 기술주 역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서학개미가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3배 불’을 19일 사들였다면 현재 5%의 수익을 봤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수익은 곧 손실 가능성이기도 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엔비디아나 테슬라에 물린 서학개미들이 3배 레버리지 ETF를 통해 손실을 줄이려고 하는 모습”이라며 “3배 레버리지는 방향을 잘못 타면 거꾸로 3배의 손실을 보는 만큼, 투자하더라도 소액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라고 당부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고배율 레버리지 ETF를 쫓는 개미들 덕분에 틈새시장이 열리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국내 2배 이상의 레버리지 ETF는 출시를 금지하고 있다. 높은 레버리지를 적용하면 기초자산 가치 변동에 따른 등락 폭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의 눈높이를 위해 일부 운용사는 뉴욕증시에 상장한 고배율 레버리지ETF를 한국의 ETF 편입하는 방식으로 우회 경로를 활용 중이다. ‘RISE미국30년국채액티브’는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3X’를 17.84% 편입했고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역시 같은 ETF를 17.04% 담고 있다.

김인경 (5to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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