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대표' 첫 시험대…'키'는 尹이 쥐었다

한 대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카드 만지작
野 발의 '채상병 특검법', 尹이 거부하면 대안 없어
與 원내, '尹 탄핵 분위기' 차단에 단일대오로 결집
추경호 원내대표 미온적…野 추진 '한동훈 특검'도 변수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받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24일 임기를 시작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첫 시험대는 '채상병 특검법' 될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 진상조사 외압과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 구명로비까지 제기되며 윤석열 정부 레임덕 분수령으로 떠오른 사안인 만큼 한 대표가 전당대회 전 제시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안'을 전면에 내세우며 야당에 대한 장기적 역공에 나설 거란 전망이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첫 국회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안' 추진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발의는 제가 하는 것이 아니지만 국민들께 진실 규명에 있어 소극적인 모습이 보여졌고, 이를 벗어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조만간 당 내 논의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도 암시했다. 한 대표는 "제 의견을 밝혔고, 우리는 민주 정당이니 만큼 절차를 통해 어떻게 (추진으로) 다가갈 것인지 잘 해볼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의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안'은 특별검사 추천권을 여야가 아닌 대법원장에게 넘기는 것이 골자다. 거대 야당의 반복되는 특검 공세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이 문제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이 필요하단 취지다.

22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재발의된 '채상병 특검 법안' 통과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또 한번 좌절되면서, 야당 일각에서도 한 대표의 제안에 일정 부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연임이 유력시 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마땅한 대안이 없는 데다가 제3당인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도 공개적으로 한 대표가 제안한 법안에 힘을 실었던 만큼, 상황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 대표의 특검법 설득이 정작 '당내'서 얼마나 호응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국민의힘은 재의결을 앞 둔 야당의 '채상병 특검법안' 처리 무산을 위해 똘똘 뭉친 상황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을 향한 탄핵 공세가 겹치면서 원내는 결속력이 더해지고 있다. 한 대표가 제안한 대안 역시 윤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당 원내 지지를 모으기가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당내 논의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더 봐야 알겠지만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모두 '당정 관계 개선'을 전날 국민과 당원 앞에서 강조하지 않았느냐"며 "한 대표가 출마 때 의지처럼 밀고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방향에 찬성하는 의원들도 결국에는 대통령실과의 간극이 좁혀진 이후에 진행되는 것을 원하지, 이 문제로 다시 당정 갈등이 반복되는 것은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 역시 "뭐가 됐든 민주당이 특검을 받으려는 속내는 민주당이 자기 사법 리스크를 감추려는 의도"라며 "그간의 독주로 민주주의가 이미 많이 훼손됐다. 민주당과 협상(특검 수용)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여기에 추경호 원내대표의 존재도 한 대표에겐 걸림돌이다. '원외' 신분인 한 대표가 원내 현안인 본문제에 대해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로서,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그의 영향력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추 원내대표는 전대 기간 내내 한 대표의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안' 제안에 대한 공식적 답변을 피했다. 원내 관계자는 "추 원내대표가 나름 이 부분에 대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 의견도 (한 대표가)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 제안대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안'이 통과될 경우 야당의 '한동훈 특검법' 공세를 방어할 명분이 부족해진다는 것도 변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정청래 민주당 의원)는 한 대표 취임 첫날부터 전체회의를 열고 '한동훈 특검법'(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검사·장관 재직 시 비위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김건희 특검법'(대통령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의혹 등 진상규명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등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향후 청문회와 공청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향후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겨냥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안'은 통과시키고 '한동훈 특검법'에만 비토 입장을 밝힌다면, 야당 뿐 아니라 당 내 친윤 의원들로부터도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한동훈 체제' 역시 결정타를 맞게 될 거란 관측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장 당정 관계 파탄의 부담이 있는 윤 대통령이 갖고 있는 히든카드가 바로 '한동훈 특검'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일단은 현 체제를 지켜보더라도, 한 대표가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안'을 꺼내 들면 결정적 상황에서 그에게 등을 돌려 자연스레 체제를 와해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