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늪에 빠진 국회…최소 4일간 '격돌'
與 "부당성 알리는 것은 필리버스터 뿐"
법안 1개마다 무제한 토론…최소 4일 걸려
野, 종결동의 요구 수순…29일 쯤 법안 처리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여야가 쟁점 법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국회는 사상 초유의 충돌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입법 강행에 여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대응하는 상황이 방송4법을 두고 재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4일 여야가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마주치지 않는 손뼉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야당의 요구대로 25일 본회의를 개의해 부의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송통신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현행 2명에서 4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방송3법으로 불린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공영방송 KBS·MBC·EBS의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학회 등에 부여하는 것이 골자로 한다. 방송 3법은 21대 국회에서 이미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으로 재표결이 진행했지만 부결돼 폐기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을 막기 위해선 방송4법 관철은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에게 공영방송을 돌려드리기 위해 국회법 절차에 따라 최대한 신속히 방송4법 처리를 매듭짓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방송장악4법'으로 규정하며 "문재인 정권이 민노총 언론노조와 한편이 되어 장악했던 공영방송을 영구적으로 민주당 손바닥 안에 놔두겠다는 법안"이라며 법안 저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여야 간 갈등이 장기화되자 우 의장이 중재에 나섰다. 앞서 지난 17일 여야를 향해 극한 대립에서 물러나 '범국민협의체'를 통해 합리적인 공영방송제도를 설계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여당이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여야 갈등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국 우 의장은 여당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는 "야당이 중재안을 수용한 지금 빗장은 정부여당이 열 수 있다"면서도 "상황의 변화가 없다면 저는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에 대해 내일(25일)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미 야당의 입법 강행에 대응하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나설 채비를 마쳤고,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개의되면 발동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입법 강행을 시도하면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하는 것에 대해 소수 여당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며 "법안의 부당성을 알리는 방법은 필리버스터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소 4일간 국회 본회의장의 불이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본회의 부의 안건마다 필리버스터를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쟁점 법안이 몇 개인지에 따라 필리버스터 사용 횟수도 늘어나게 된다. 다만, 국민의힘은 25일 본회의에선 앞서 진행되는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에서는, 필리버스터 가동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표 단속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분위기다.
다만 방송4법의 경우는 다르다. 총 4건의 법안인 만큼, 각각 하나의 안건으로 인식되며 필리버스터도 총 4번 이뤄질 수 있다.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무제한 토론의 종결동의를 의장에게 요구하고, 24시간이 경과한 뒤 무기명 투표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된다.
이미 여야는 지난 3일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두고 격돌했다. 당시 특검법에 대한 표결이 이뤄지기까지 하루가 걸린 것도 여당의 필리버스터에 저지당했기 때문이다. 이번 방송4법을 두고도 '본회의 상정→필리버스터 실시→필리버스터 종결→법안 표결'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본회의에 해당 법안이 상정되면 오는 29일에 모든 법안이 처리되는 셈이다.
'필리버스터 정국'을 예측한 국회의장실은 본격적인 대응 체제에 나설 방침이다. 최소 4일간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만큼, 우 의장과 이학영·주호영 부의장이 조를 구성해 번갈아 가면서 본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의장실 관계자는 "방송4법이 올라가면 총 4건의 안건으로 봐야 하며 안건마다 필리버스터가 가능하다"며 "국회의장과 두 명의 부의장이 조를 짜서 사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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