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은 미래 식량자원… 호텔처럼 깨끗한 사육장서 키워 신뢰 높여”
국내 최초로 항온-항습시설 갖춰
간-혈액순환 개선에 좋은 ‘꽃벵이’
분말-환-진액으로 만들어 판매
사육 상자 개발해 대량생산 앞둬
내달 펫 사료-영양제 출시 예정
강 대표가 곤충을 처음 기르기 시작한 건 2015년이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가 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향인 봉화로 돌아왔다. 귀농 후 부모님이 운영하던 사과 과수원을 이어받았지만 노지 농사는 날씨, 온도 등 환경적인 제약이 많았다. 기상이변에 대처하기 위해 시설 농사를 생각했고 경북농민사관학교 곤충교육과정에 등록했다.
곤충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집 창고에서 시험적으로 꽃벵이를 사육했다. 식용 곤충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2016년 ‘봉화곤충호텔’을 건축했다. 곤충호텔을 건축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위생적인 사육 환경 조성이었다. 호텔처럼 깨끗한 시설에서 곤충을 길러야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건축 당시 국내 최초로 항온·항습기를 도입했고 개별 선반과 개별 사육 상자도 마련했다. 온도와 습도를 제어하고 조명을 조절해 최적의 환경에서 꽃벵이가 자랄 수 있도록 했다. 2017년 165㎡(50평) 규모의 제1사육장과 132㎡(40평)의 작업장을 구축했고 2019년 165㎡(50평) 규모의 가공장, 2021년엔 231㎡(70평) 규모의 제2사육장을 완공했다. 현재 강 대표를 포함해 7명이 근무 중이다.
봉화곤충호텔에서 판매하는 동충하초를 먹여 키운 꽃벵이효도환. |
사업 초기 미발효 톱밥을 사용하고 온도와 습도 조절에 실패해 곤충이 전멸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미래의 식량 자원인 곤충을 사육하고 지구를 지키는 작물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그녀를 버티게 했다. 꽃벵이는 60일이면 상품으로 가공해 판매할 수 있다는 것도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힘이 됐다.
식용 곤충의 가장 큰 장벽은 대중의 거부감과 비싼 가격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먹을 것이 많은데 굳이 곤충을 왜 먹냐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3∼4년 전에 비해 식용 곤충을 바라보는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강 대표는 말한다.
강 대표는 식용 곤충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내 곤충 사육 농가 대부분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최근엔 대기업도 식용 곤충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강 대표는 생산 단가가 낮아지고 대량생산 시설이 갖춰지면 곤충 식품화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고 말한다.
봉화곤충호텔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2018년 3000만 원이었던 연간 매출은 2019년 5000만 원, 2020년 1억 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엔 1억2000만 원을 기록했다. 아직은 적은 이익이지만 그래도 희망적이라고 강 대표는 말한다.
봉화곤충호텔의 경쟁력은 깨끗하고 위생적인 환경이다. 농진청 ‘우량 종충 공급 시스템’에 선정된 사육장에서 키운 유충을 사육 농가에 종자로 공급하고 있고, 2주일에 한 번씩 가공해 항상 신선한 제품을 판매한다. 강 대표는 “내 가족이 먹는 식품이라고 생각하고 제품을 만든다”고 말한다.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기존 사육 환경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사육 상자를 개발해 특허출원 중이며 자체 개발한 프리미엄 펫 사료와 펫 영양제도 올 8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강 대표는 곤충도 식물과 마찬가지로 주인의 발소리를 들어야 잘 자란다고 믿는다. 아무리 완벽한 스마트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도 주인의 애정과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선구자로 곤충 산업을 이끌어온 강 대표는 이제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곤충을 사육했던 경험과 실패를 바탕으로 후배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새로운 분야인 바이오메디컬, 바이오매스 등 바이오 매개체를 통해 봉화곤충호텔은 앞으로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제작지원: 2024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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