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동예루살렘 이슬람 성지 논란에 '현상 유지' 확인

극우 장관 "유대인 기도 허용" 발언에 방미중 "변화 없어"

알아크사 성전 앞의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동예루살렘 이슬람 성지에서 유대인 기도를 허용하겠다는 극우 성향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의 발언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다시금 일축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찰 감독 권한을 가진 벤그비르 장관은 이날 오전 의회(크네세트)에서 "정치 지도층은 성전산(알아크사 사원)에서 유대인이 기도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곧이어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유대인에게 가장 성스러운 장소에서 유대인의 기도만 금지하는 것만큼 유대인에 대한 인종차별 행위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도 유대인 기도를 허용하겠다고 주장했다가 총리실로부터 이를 번복당한 적이 있는 벤그비르 장관이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방문차 이스라엘을 비운 틈에 다시금 돌출 행동을 한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에서 "성전산의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는 이스라엘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상회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및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면담 등 굵직한 일정을 앞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 확산을 차단하려 한 발언으로 보인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엑스에서 벤그비르 장관을 향해 "이스라엘 정부에 방화광이 자리를 꿰차고 앉아 중동에 불을 붙이려고 한다"고 맹비난했다.

알아크사 사원은 이슬람 3대 성지 중 하나이자 유대교, 기독교도 성스럽게 여기는 곳이며 유대교도는 '성전산'으로 부른다. 이슬람교도만 성지에서 기도할 수 있고 유대교도는 정해진 시간에 제한된 통로로 방문하는 것만 허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성지 관리는 요르단이 맡지만, 치안 유지는 이스라엘이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에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알아크사에서 충돌이 벌어져 분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곤 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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