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투자자 우위 시장에 대처하는 자세

최성진 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2024. 7. 25.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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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스타트업 생태계에선 2022년부터 시작된 '투자 혹한기'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가 관심사다.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베이스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고 투자금액 역시 19.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1분기 국내 벤처투자 시장동향을 보면 신규투자(1조9000억원)와 펀드결성(2조4000억원) 모두 전년 동기 대비 6%와 42% 증가하는 양호한 흐름이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벤처투자 선진국이 지속감소한 데 비해 뚜렷한 회복세라는 설명이다.

보다 장기적 추세를 가지고 판단해야 하겠지만 상반된 데이터가 존재하는 이유는 현재 국내 스타트업 투자시장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시야를 코로나 이전까지로 넓혀보면 스타트업 투자는 지속적 증가 추세지만 실제 시장에서 벌어지는 스타트업에 대한 가치평가와 투자판단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더 커지는 상황으로 보인다.

분야별로 보더라도 우주항공·인공지능·로봇 등 딥테크 10대 분야의 투자비중이 40%까지 확대된 반면 바이오·의료분야와 플랫폼기업 투자는 급격히 축소되는 등 혼조 양상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은 단순히 '혹한기'라는 설명만으론 부족하고 투자자 우위 시장이 지속된다고 이해하면 좋겠다. 현재 상황의 근본적 원인은 알다시피 전 세계적 고금리 국면이 지속되는 것에서 기인한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초저금리 국면에선 디지털 전환의 주인공인 스타트업들에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금이 사상 최고로 몰려들었지만 현재 상황은 고위험을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수익이 아닌 것이다. 모태펀드의 수익률은 우리나라 벤처투자의 평균 수익률이라 할 수 있고 매년 7~8%의 이익을 안정적으로 기록한다. 그런데 문제는 무위험수익률과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투자시장 전체에서 스타트업 투자비중은 당연히 하락할 수 있다.

그에 더해 코로나 시기 스타트업 투자가 급증하면서 지금과 반대로 창업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것도 현 투자위축의 큰 원인이다. 스타트업이 고평가된 가치로 원하는 만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 창업자 우위 시장이라면 현재는 그 반대다. 고평가된 가치는 후속투자를 어렵게 하고 가치를 낮추자니 기존 투자자들이 반대해서 자금조달 자체가 어렵다. 급한 쪽은 스타트업이고 투자자는 아니다. 어려운 스타트업, 망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난다. 좋게 생각하면 옥석 가리기의 기회다. 창업자 우위 시장이 좋기만 한 것도 아니고 투자자 우위 시장이 나쁜 측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투자자 우위 시장이 지속될 때 문제점엔 스타트업과 투자자, 정부 모두 적절한 대응과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스타트업은 자금조달과 성장전략을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지속적인 투자유치를 예상한 자금계획이 아니라 투자 외 자금조달 방법에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자를 설득할 확실한 근거와 성과를 가지고 투자유치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스타트업의 자금조달에 투자비중이 너무 크고 공공의 보증 없이는 금융을 통한 조달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번 기회에 이에 대한 정책을 확충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가치가 낮아지면 벤처투자사는 좋을 것 같지만 펀드출자자(LP)를 모집하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전체 투자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벤처투자는 혁신에 도전하는 다수의 스타트업에 기회를 제공하고 살아남은 소수의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해 스타트업과 투자자 전체가 위험과 수익을 나눠갖는 생태계 구조다. 누군가 얻으면 누군가는 잃어야 하는 제로섬이 아니다. 기회를 가진 스타트업이 줄어들면 생태계의 크기도 줄어든다. 스타트업과 투자자 모두 동반자이자 생태계 구성원이라는 관점을 잊지 말고 '투자 혹한기'를 헤쳐나갔으면 한다. ( 최성진 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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