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인 줄…日, 기증받은 식물표본 1만점 실수로 폐기

[서울=뉴시스] 일본의 한 대학이 저명한 식물학자가 기증한 표본 1만 점을 실수로 폐기해 학계로부터 큰 지탄을 받고 있다. (사진= 아사히 신문 보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일본의 한 대학이 저명한 식물학자가 기증한 표본 1만 점을 실수로 폐기해 학계로부터 큰 지탄을 받고 있다.

23일 아사히신문은 "지난 22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 위치한 나라현립대학은 2001년 '현립 자연 박물관을 만드는 모임'으로부터 기증받아 본교에서 관리하고 있던 식물 표본이 지난해 10월 폐기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폐기된 식물은 '나라 식물 연구회'의 회장을 연임하며 나라현의 식물 생태를 연구해 온 식물학자 이와타 시게오가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에 채집한 식물 표본으로, 학계에선 '이와타 컬렉션'으로 불릴 정도로 그 가치가 높았다.

현지 매체는 폐기된 식물 중에는 이미 멸종해 '이와타 컬렉션'에서만 그 표본을 확인할 수 있는 식물이나 멸종 위기에 놓여 표본 채집이 불가능한 식물의 표본도 다수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와타 시게오가 별세한 뒤 그의 표본을 관리하고 있던 '현립 자연 박물관을 만드는 모임' 회원들은 식물 표본들을 분류해 신문지 사이에 끼워 대학의 표본 창고에 있는 사물함에 보관하고, 2009년과 2010년 대학에 방문해 상태를 점검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표본을 점검하지 않았고, 결국 1만 점의 식물 표본이 폐기됐다는 사실은 지난 3월 '나라 식물 연구회'의 마츠이 준 회장이 대학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드러났다.

대학 측은 "식물 표본을 보관하고 있던 건물이 철거되는 과정에서 총무과 직원이 창고 안에 있던 식물 표본을 발견했으나 이를 '빛바랜 신문지 사이에 끼워져 있는 식물'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식물 표본을 인수할 사람을 수소문했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아 '산업 폐기물'로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측은 "이런 사안이 발생해 매우 유감이며, 관계자분들에게 큰 불편을 끼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오쿠도 마사키 나라현립대학 학장까지 나서 "미래의 연구에 새로운 발견이 됐을지도 모를 자료를 잘못 폐기했다"며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마츠이 준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식물학에 있어서 큰 손실이자 나라현 사람들의 재산 손실"이라며 "대학 측이 표본을 폐기한 경위와 향후 대응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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