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선불 충전권 사용 막히고… 여행 상품도 줄취소
회사원 박모(40)씨는 지난달 초 티몬에서 4박 5일 사이판 여행 상품을 307만원을 주고 결제했다. 최근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 대금 지연 정산 사태가 불거지자 여행사에 “여행 일정이 취소될 가능성은 없는 거냐”고 물었더니, 여행사는 “티몬 측에 공식 입장을 요청했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답을 내놨다. 박씨는 “아이랑 처음 가는 해외여행이라 한참 전부터 물놀이 용품도 사고 준비 많이 해왔다”며 “아이도 엄청 기대하고 있는데 취소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일반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6월 이후 두 플랫폼을 통해 여행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여행 상품 구매가 아예 취소됐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고 있다. 두 업체가 소비자들이 낸 비용으로 여행사에 정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꼭 여행을 가고 싶다면 우리 여행사에 다시 비용을 결제해 달라”는 황당한 요구도 하고 있다. 여행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다. 두 업체에서 상품권을 구입한 소비자는 상품권을 이용해 다른 쇼핑몰 등에서 사용하려 할 경우 “위메프와 티몬에서 구입한 상품권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안내도 받고 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위메프와 티몬이 여행사 등에 한 달 뒤 상품 판매 대금을 정산하는 구조 때문이다. 고객들은 티몬과 위메프에 올라온 여행 상품 등을 여행사가 아닌 위메프 등에 지불한다. 이후 위메프 등은 한 달 치 거래분을 다음 달 중순에 각 여행사 등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태로 각 여행사는 6월 한 달 치 거래액을 7월 중순이 지난 현재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
상품권은 두 업체에서 판매한 상품권뿐 아니라 상품권 전체의 거래가 어려워지고 있다. 두 업체가 상품권 판매 대금을 정산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상당수 상품권 발행 업체가 심각한 자금 경색에 빠져들자 업체 대부분이 아예 상품권 취급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3일부터 소비자들은 티몬 등에서 신용카드를 이용해 숙박권, 항공권, 물품 등을 새로 구매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해졌다. 티몬, 위메프의 결제 승인·취소를 대행하는 PG사(신용카드 결제 대행 업체)들이 고객 명단에서 두 회사를 빼버렸기 때문이다. 또 티몬에서 선불식으로 충전해 사용하는 티몬 캐시의 페이코 포인트 전환과 해피머니와의 거래, 포인트 전환도 전날부터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불안을 느낀 고객들의 취소 신청이 점점 늘어나자 티몬 등 업체들은 환불 요구가 폭주할까 봐 환불 요구마저도 거부하고 있다. 위메프와 티몬은 환불 요청 시 계좌 번호를 입력하고 현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최근 위메프를 통해 호텔 숙박권을 구매한 한 소비자는 “지난주에 구입한 호텔 숙박권을 어제 환불 신청했는데, 카드 취소가 안 돼서 계좌 이체를 해준다는 연락이 왔지만 언제 입금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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