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공휴일 수가 올려… 의료계는 “쥐꼬리 인상”

안준용 기자 2024. 7. 2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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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내년 수가 체계 개편
사진=장련성 기자

내년부터 병원에서 시행하는 야간과 공휴일 수술·처치, 응급실 응급 처치, 토요일 진찰에 대한 수가(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가 오른다. 예컨대 병원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60분 초과)을 시행할 때 수가는 올해 83만원에서 내년 129만원으로 약 55% 인상된다. 15분 이하 심폐소생술 수가는 26만9620원에서 약 51% 오른 40만6010원이 된다.

보건복지부는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내년도 병·의원에 적용할 수가 체계를 확정하면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병·의원에 지급하는 건강보험 급여의 총액은 크게 늘리지 않되, 경증 환자 위주로 보는 동네 의원급보다 중증·응급 분야 필수 의료 비중이 높은 병원급이 보상을 더 받도록 제도를 손질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돌려막기식의 수가 결정”이라며 “건정심 결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다른 단체들도 “의료계를 갈라치기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래픽=김성규

복지부는 이날 건정심에서 내년도 병·의원 수가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인 ‘환산 지수’를 최종 결정했다. 병원의 환산 지수는 올해(81.2원)보다 1.2% 오른 82.2원, 의원은 올해(93.6원)보다 0.5% 오른 94.1원으로 정해졌다.

‘수가’는 각각의 의료 행위별 점수(상대 가치 점수), 물가 등을 고려한 의료 기관 유형별 단가(환산 지수), 의료 기관 규모 등을 고려해 더해주는 비율(종별 가산율)의 세 변수를 곱한 값이다. 의료 수가 결정의 양대 축은 ‘상대 가치 점수’와 ‘환산 지수’다.

상대 가치 점수는 9000여 개 의료 행위를 업무량, 난도, 사회 편익 등을 기준으로 차등화한 것이다. 중증·응급 의료에 더 높은 가치를 매길 수 있지만, 개편 주기가 5~7년으로 길다. 반면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하는 ‘환산 지수’는 매년 건보공단과 의협·대한병원협회 등 7개 의료 단체 간 개별 협상으로 결정되는데, 의료 기관 유형별로 일괄 적용된다. 같은 병원급이라면 영상 검사를 하든, 수술을 하든 환산 지수엔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는 의료계의 반발에도 내년에는 병·의원의 환산 지수 인상률을 올해(병원 1.9%, 의원 1.6%)보다 낮은 1.2%, 0.5%로 정하는 대신 그만큼 아끼는 건보 재정을 저평가된 필수 의료 지원에 쓰기로 했다. 2001년 지금의 수가 체계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환산 지수를 상대 가치 점수와 연계한 것이다. 병원의 경우엔 야간·공휴일 수술 등의 가산율 인상(50%→100%), 응급실 진료 가산율 인상(50%→150%), 토요일 진찰료 가산(30%)이 적용된다. 의원의 경우, 진찰료(초진·재진)가 4% 인상된다.

그래픽=김성규

복지부 관계자는 “그간 일괄적인 수가 인상 구조 때문에 저평가된 항목을 집중 인상하는 것”이라며 “같은 처치·수술을 했는데도 중환자를 보는 대형 병원보다 경증 환자를 보는 의원이 오히려 수가를 더 받는 ‘수가 역전’도 완화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담낭절제술을 시행해도 현재 의원급은 수가가 126만160원이고, 병원급은 114만7880원이다. 11만2000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 격차가 내년에는 7400원 줄어든다.

이에 대해 의협은 “법령에서 위임받지도 않은 ‘환산 지수 쪼개기’라는 불법적인 방식”이라며 “법적 소송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무소불위 불통 정부에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고 했다. 의협은 “정부가 진정 필수 의료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별도의 재정을 투입해 저평가된 유형의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쥐꼬리만 한 인상분을 놓고 의료계 내 분열과 갈등이 일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반발했다.

병·의원 단체들은 “환산 지수 실질 인상률이 너무 낮다”고도 주장했다. 다른 의료 기관의 내년도 인상률은 치과 3.2%, 한의 3.6%, 약국 2.8% 등이다. 이에 건보공단은 “병·의원을 뺀 나머지 의료 기관의 경우, 그간 총진료비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의료 기관 간 형평성을 맞추는 기능이 있는 환산 지수를 더 올리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정부는 2월부터 시행 중인 ‘비상진료체계 건보 지원’ 기간도 9월 10일까지 연장하기로 하고, 약 1890억원의 건보 재정 투입을 결정했다. 이로써 비상진료 유지를 위해 건정심에서 투입하기로 의결한 건보 재정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의료 수가·환산 지수

의료 수가: 의료 수가는 건보공단이 병의원 등에 의료 서비스의 대가로 주는 돈. 환산 지수, 상대 가치 점수(진료·수술·처치 등 의료 행위 9000여 개의 업무량·위험도 등을 고려해 매긴 점수), 종별 가산율(병원 규모에 따라 차등화한 점수)을 곱해 결정한다.

환산 지수: 수가 결정의 세 변수 중 하나. 매년 진료비 증가율과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해 인상한다. 병원·의원·치과·한의·약국·조산원·보건 기관 등 의료 단체 7곳이 매년 건보공단과 개별 협상을 통해 인상률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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