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트럼프 제친 여론조사 처음 나왔다
미국 대통령 재선을 포기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오는 11월 민주당 대선 후보 출마가 유력해진 카멀라 해리스(60) 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 지지율을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23일 발표됐다. 트럼프에게 지지율이 다소 밀리던 해리스는 지난 21일 바이든의 후보 사퇴 직후 지지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 공화당 측은 이에 대해 “‘허니문 효과’(초반 인기몰이)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로이터가 여론조사 기업 입소스와 등록 유권자 1018명을 대상으로 22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자 가상대결에서 해리스 지지율은 44%, 트럼프는 42%였다. 해리스가 트럼프를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오차범위(±3%)를 감안하면 동률에 가까운 수치이긴 하다. 하지만 앞서 지난 1~2일 조사 때 트럼프(43%)가 해리스(42%)보다 1%포인트 우세했고, 15~16일 조사에선 해리스·트럼프가 각각 44%로 동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해리스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특히 ‘제3 후보’인 무소속 로버트 F. 케네디까지 포함한 다자 대결에선 해리스 지지율이 42%로 트럼프(38%)를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
해리스의 상승세는 지난달 TV 토론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바이든이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데 따른 지지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아울러 곧 80대가 되는 트럼프보다 열여덟 살 어린 해리스에 대해 유권자들이 신선함을 느낀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 56%는 해리스가 “정신적으로 예리하고 도전에 대처할 수 있다”고 응답한 반면 트럼프에 대해선 49%만이 같은 답변을 했다. 바이든에 대해 정신적으로 예리하다고 평가한 비율은 22%였다. 이를 두고 미 언론들은 “해리스가 민주당 주자로 나서면서 고령(高齡) 논란이 트럼프 진영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를 전반적으로 살피면 트럼프가 여전히 다소 우세한 데다, 미 대선 결과를 가를 7개 경합주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아 민주당이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다. 바이든은 사퇴 전까지 7주(州) 모두에서 트럼프에게 밀렸었다.
해리스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지,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지는 불분명하다. 민주당 진영은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를 해소한 민주당 진영이 해리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뭉친 결과”라며 지속적인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는 중이다. 반면 공화당은 “후보 교체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며 깎아내리고 있다. 트럼프 대선 캠프의 여론조사 담당 토니 파브리지오는 “단기적으론 해리스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해리스 허니문’이 이어진다고 본다”면서도 “현 정권의 실정(失政)이 다시 부각되면 바이든 행정부의 ‘동반자’인 해리스도 대중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날 민주당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을 확보한 해리스는 초반 기세를 몰아 이날 주요 경합주인 위스콘신에서 첫 야외 유세를 하고 트럼프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이날 트럼프의 성추문 등 범죄 혐의를 언급하면서 “트럼프는 성적(性的) 학대의 책임을 인정받았고 (성추문 입막음 사건과 관련) 사기 혐의로 유죄가 인정됐다. 그는 중범죄자”라고 했다. 해리스는 트럼프를 반(反)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부각하면서 “자유·연민·법치의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아니면 혼돈·공포·증오의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라고도 했다.
해리스는 이날 미국 팝스타 비욘세의 노래 ‘프리덤(Freedom·자유)’을 배경으로 연단에 등장했다. CNN 등은 “흑인 인권을 강조하는 가사가 담긴 프리덤은 2020년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고 나서 미 전역 시위 현장에서 들렸던 노래”라며 “고물가 등으로 바이든에게 등을 돌렸던 흑인 지지층을 다시 결집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비욘세는 이날 존 레전드, 자넬 모네 등 유명 가수들과 함께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발표하면서 ‘프리덤’을 해리스 선거 운동에 사용하도록 허락했다고 알려졌다.
이날 해리스는 “백악관으로 가는 길은 위스콘신으로 통한다”며 “우리는 위스콘신에서 승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위스콘신은 지난 15~18일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밀워키가 있는 곳이다. 펜실베이니아·미시간과 함께 ‘러스트 벨트’(제조업 쇠퇴 지역) 내 주요 경합주로, 해리스와 트럼프 간 대결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미 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이자 바이든 사퇴 직전인 18일 발표된 여론조사(에머슨)상으론 트럼프의 지지율이 48%로 바이든(43%)에게 5%포인트 앞서 공화당이 약간 우세였다.
다른 의원들이 의견을 밝힐 때까지 공식 지지 표명을 미뤄온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가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해리스를 지지하는 등 민주당은 ‘해리스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이날 할리우드 유명 배우 조지 클루니, 로버트 드니로와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유명 래퍼 카디비 등도 잇따라 해리스에 대한 공식 지지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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