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人 테러 위험” 파리에 날아온 경고장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이스라엘 선수단과 관광객을 겨냥한 테러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의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 와중에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것을 이유로 “이스라엘의 ‘대량 살상’에 복수하겠다”는 이슬람 테러 단체들의 준동 가능성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때맞춰 중동 내 반(反)이스라엘 세력을 후원해 온 이란마저 이스라엘의 올림픽 참가를 비난하고 나서면서 테러에 대한 우려는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회의(NSC)는 23일 특별 성명을 통해 “이번 파리 올림픽을 관람하는 이스라엘인에게 테러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자국민 대상 테러 가능성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직접 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NSC는 이 성명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 조직들이 올림픽 기간 중 이스라엘인 혹은 (해외 국적) 유대인을 상대로 공격을 꾀하고 있다”고 했다. NSC는 구체적으로 어떤 식의 공격이 우려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인과 유대인에 대한 테러 가능성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지속적으로 고조되어 왔다. 개전 후 지금까지 가자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총 3만9000여 명(하마스 요원 포함)에 달한다. 이슬람권 소셜미디어에는 가자 지구의 참혹한 모습을 보여주며 이스라엘인을 향한 증오와 보복 심리를 자극하는 게시물이 끊임없이 양산되는 중이다.
이란이 공개적으로 이스라엘 선수단의 파리 올림픽 참여를 비난하면서 테러 공포가 급격히 커졌다. 이란 외교부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2024 파리올림픽에 이스라엘 선수단이 참가해선 안 된다. 그들은 올림픽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주의자이자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했다. 하마스와 예멘 후티, 레바논 헤즈볼라 등 이른바 ‘저항의 축’ 무장 세력을 이끄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올림픽 참여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유럽 내 이슬람 및 친(親)팔레스타인 세력에 일종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올림픽에16개 종목 80여 명의 선수단을 보낸다. IOC와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스라엘의 파리 올림픽 참가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이날 TV 인터뷰를 통해 “이스라엘 선수들은 우리나라에서 환영받을 것이며, 어떤 식으로든 이 선수들을 위협하는 모든 사람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100년 만의 올림픽 유치로 달아오른 축제 분위기가 테러로 인해 일순간에 얼어붙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파리 상공에는 벌써부터 무인기(드론) 비행 금지령이 내려졌고, 개막식이 열리는 센강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 파리 시내에는 경찰 4만5000명, 군인 1만명, 사설 경비원 2만2000명 등 약 7만7000명의 병력이 배치된다. 하지만 지난 20일 호주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는 등 치안 상황은 별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1972 뮌헨 올림픽의 비극이 재연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검은 9월단’이 올림픽 선수촌의 이스라엘 선수단 숙소에 침입, 2명을 살해하고 9명을 붙잡아 인질극을 벌이다 결국 선수단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뮌헨 올림픽 테러
독일 뮌헨 올림픽 기간인 1972년 9월 5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 숙소에 잠입, 선수와 심판·코칭스태프 등 선수단 11명을 인질로 잡고 이스라엘에 구금된 팔레스타인 포로 234명의 석방을 요구한 사건. 테러범 8명은 모두 현장에서 생포 및 사살됐지만, 서독 경찰이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서 인질 전원이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모든 일정이 중단됐고, 주 경기장에서 희생자 추모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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