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Why] ‘B급 야구’ 바나나볼, 美서 흥행 홈런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 DC의 내셔널스 파크 구장. 이곳은 미국 프로 야구(MLB) 경기가 펼쳐지는 약 4만1000석 규모의 대형 경기장이다. 워낙 큰 크기라 웬만해선 MLB 경기도 매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 이 구장의 모든 좌석이 팔려 관중이 빼곡히 들어섰다. ‘서배너 바나나스’와 ‘파이어파이터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다. 종목은 야구와 비슷하지만 오락성을 극대화한, ‘바나나볼’이라 불리는 신종 스포츠다. 노란 유니폼을 입고 안타를 날리면서, 춤까지 추는 선수들의 모습에 관중은 바나나 모양 응원봉을 흔들며 열광했다. 바나나볼 경기는 지난 3월 텍사스주 휴스턴(애스트로스), 6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레드 삭스)에 있는 MLB 구장에서도 매진 기록을 세웠다. 도대체 어떤 스포츠이기에 이렇게 뜨거운 인기를 끄는 것일까.
바나나볼 리그는 2020년 조지아주 서배너를 연고로 하는 미 대학 독립 리그 서배너 바나나스가 만들었다. 기존 야구 경기에 여러 규칙을 추가한 ‘B급 야구’라고 볼 수도 있다. 서배너 바나나스의 구단주 제시 콜은 “팬들을 위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겠다”고 바나나볼 리그 설립 취지를 밝히고 있다. 바나나볼 리그는 서배너 바나나스 주도로 개최되며 ‘파티 애니멀스’ ‘파이어파이터스’ 등 여러 팀과 경기를 진행한다.
‘신사의 스포츠’라 불리며 다소 정적인 야구와 대조되는 바나나볼의 가장 큰 차별점은 관중이 경기 자체에 참여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예컨대, 관중이 입을 모아 “경기 개시(Play ball)!”라고 외쳐야 경기가 시작된다. 야구 경기 때 관중석으로 날아든 파울 볼을 글러브로 잡으면 그저 파울이지만, 바나나볼 리그에선 타자가 아웃 처리된다. 득점을 하거나 경기가 끝났을 때 선수들이 몰려나와 준비된 군무(群舞)를 선보이기도 해 관중을 열광시킨다.
최근 미국 등에서 야구팬은 줄어드는 중인데, 단점 중 하나로 긴 경기 시간이 꼽힌다. 기존 야구의 평균 경기 시간은 약 3시간으로, 연장전이 길어질 경우 5시간을 넘기는 일도 흔하다. 그러나 바나나볼은 경기 시간이 두 시간을 넘어가지 못한다. ‘이닝당 득점을 많이 한 팀이 1점을 가져간다’는 규칙을 채택해 경기가 연장되는 일은 없다. 시간 끌기에 해당하는 행위는 절대 금지다. 타자가 번트를 시도하면 퇴장이고, 볼넷 출루를 하는 타자는 (야구 선수들처럼) 설렁설렁 뛰지 말고 1루로 전력 질주해야 한다. 포수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투수와 작전을 상의하는 행위도 허용되지 않는다.
기존 야구에서 ‘지루하다’고 여겨졌던 부분을 과감히 삭제한 바나나볼엔 야구팬들이 특히 열광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시즌 기간에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경기를 펼치는데, 거의 매 경기 매진이다. 특히 바나나볼 리그는 올해 처음으로 MLB 야구장 6곳에서 경기하면서 ‘주류 스포츠’로 입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오는 8·9·10월엔 각각 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플로리다주에 있는 MLB 구장에서 경기할 예정이다. 10월 12일까지 예정된 경기는 모든 자리가 팔렸다. 입장권 공식 가격은 35~100달러이지만, 현재 티켓 재판매 사이트(미국에선 합법)에선 1000달러 넘는 가격에도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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