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아이들의 마음을 지켜라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교육위원회 4곳이 올 초 소송전에 나섰다. 스냅챗·틱톡·인스타그램·유튜브 등 10대가 주로 쓰는 소셜미디어 회사를 대상으로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셜미디어가 아이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방해하고 젊은이들의 정신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 이유다. 여기에 흥미로운 표현이 등장한다. 바로 ‘근린 방해’(nuisance)다.
근린 방해는 영미법에서 ‘주위에 불편이나 손해를 입히는 행위’를 가리킨다고 한다. 공장 소음, 악취, 수자원 오염 등이 이 범주에 든다. 그러니까 구글(유튜브)·메타(인스타그램)·바이트댄스(틱톡)·스냅챗 같은 기업이 아이들의 ‘화면 중독’ 문제를 야기했고, 나아가 정신 건강 문제를 악화시키는 공공의 불편을 초래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 다섯 빅테크 기업은 미국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200건 이상 소송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런 추세는 미국에서 교육 기관과 전자 담배 제조 업체들이 벌인 소송전에서 영향을 받았다. 전자 담배 제조사 ‘줄’이 청소년 중독을 부추기는 마케팅을 통해 공중 보건을 저해한다는 소송을 미국 내 교육청 60곳이 진행한 바 있다. 이는 2022년 5000억원 규모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아이들이 교육받고 건강하게 살아갈 공적(公的)인 권리를 침해한다는 프레임을 소셜미디어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근린 방해가 보통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를 침해하는 매연, 거주 여건을 저해하는 하천 오염 등 물리적 성격을 띠기 때문에 속단하긴 이르다. 청소년들이 중독성이 강한 알고리즘에 노출돼 주의력이 약해지고 교육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점, 이로 인해 우울증 등 정신 건강 문제가 야기되며 이것이 공공의 불편과 비용을 초래한다는 것 등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교육기관들이 아이들이 들여다보는 ‘화면’에 대해 오래 고민하고 행동에 나섰다는 점이다. 소송의 승패를 떠나,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화면이 미래 세대의 삶에 더 긍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뚜렷하다. 한국도 우리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들여다보는 화면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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