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 드러내는 밀도 높은 문장

황지윤 기자 2024. 7. 25.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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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7월 독회]
김기태·김희선 本審 후보에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정명교·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는 7월 월례 독회를 열고 김기태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과 김희선 장편소설 ‘247의 모든 것’을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했다.

그래픽=양진경

김기태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반골 기질이 돋보인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주어진 삶의 조건을 바꾸기 어려운 20대 청춘 남녀는 “우리가 그렇게 잘못 살았냐” 묻는다(표제작), 고등학교 교사 ‘곽’은 ‘고전 읽기’ 시간에 학생들에게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힌다. 뜻밖의 입시 결과에 졸지에 ‘모범 선생’이 된다(’보편 교양’). 구효서 위원은 “‘러브’니 ‘보편’이니 ‘교양’이니 하는 언표들에 딴지를 걸듯 물고 늘어진다”고 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질서를 내면화하면서 씁쓸해하거나, 크든 작든 저항의 몸짓을 보인다. 김동식 위원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생산되는 이데올로기들을 소설의 공간으로 불러들이는 또는 호명(呼名)하는 소설”이라며 “삶과 현실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있다”고 했다. 정명교 위원도 “독자로 하여금 의혹과 성찰의 늪지대를 시종 종종거리게 한다”고 했다. 이어 “1990년대 이후부터 본격화한 개인주의의 첨예화, 자기애의 보편적 확산에 따른 후과(後果)를 생생하게 보여준다”며 “밀도 높은 문장이 짧은 단편 둘레에 역사를 감을 수 있는 힘으로 작용했다”고 평했다.

김희선의 ‘247의 모든 것’은 코로나 팬데믹 후일담으로 읽힌다. 변종 니파바이러스의 수퍼 전파자이자 인류 최후의 숙주 ‘247′. 그는 우주로 추방돼 지구 궤도를 한없이 돌다 죽는다. 그에 관한 주변의 무수한 증언을 소설로 엮었다. 독자는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없다. 진실의 위상이 날로 허약해져 간다는 소설가의 경고다. 이승우 위원은 “공중 보건과 통제에 관한 소설이라기보다 인식과 믿음의 관계를 다룬다”며 “귀를 기울이면 확신이 사실을 대체하는 이 세상을 향한 작가의 귓속말이 크게 들릴 것”이라고 했다.

인류는 공동체가 위기를 맞을 때 희생양을 만드는 어두운 습성이 있다. 소설이 암시하는 미래는 울적하다. 김인숙 위원은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혐오와 공포에 감금했다.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도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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