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느냐에 윤 정부 성패 달려

조선일보 2024. 7. 2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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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국민의 마음과 눈높이에 반응하자. 민심과 싸우면 안 되고 한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쪽으로 크게 치우친 국민의힘을 변화시켜 수도권·중도·청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 균형을 잡겠다고도 했다.

한 대표가 전면에 내세운 변화의 방향은 ‘국민 눈높이’와 ‘민심’이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국민 눈높이와 민심에 역행했기 때문에 총선에 참패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자 한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해병대원 사건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던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했고 굳이 출국시켜 큰 사건으로 만들었다. 대통령실 수석의 ‘회칼’ 폭언에 대해서도 시간을 끌며 민심에 불을 질렀다. 의대 증원 문제도 소통 대신 52분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만 쳐다보면서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모습에 안주했다. 이러고서 선거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면 기적일 것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고 민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면 애초부터 문제가 커질 것도 아니었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을 사안들이었다.

‘국민 눈높이’를 언급했다가 사퇴를 요구받았던 한 대표가 다시 ‘국민 눈높이’를 내세운 것은 이것밖에 답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자신은 물론이고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 전체의 사활이 걸린 것이 사실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민심에 역행했기 때문에 위기가 왔으니 이부터 고쳐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것은 포퓰리즘이 아니다. 양식 있는 많은 국민은 이재명식 ‘전 국민 25만원’을 비판한다. 국민은 늘 옳지도 않다. 때로는 합리적이지 않은 바람에 휩쓸리기도 한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진 정부와 여당은 언제나 민심의 방향을 주시해야 하며, 최소한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는 민감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선거에 패할 수밖에 없고, 선거에 패하면 지금 윤 정부가 당하고 있는 거야의 폭주를 허용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대표를 포함한 전당대회 출마자들을 초청해 만찬을 하며 당정 화합과 소통을 강조했다. 이렇게 꽉 막혔던 국정이 숨통이 트이길 바란다. 그 첫걸음이 모든 일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다. 그렇게 민심을 회복하면 거대 야당도 횡포만을 계속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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