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뒤에 더는 투수 없다” 강철 멘털 막내 소방수
“나 때문에 질수도 있지만
하루 못했다고 우울은 노”
마음도 단단한 19세 루키
“김택연이 올라가면 두산이 이긴다”는 이승엽 두산 감독의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 감독은 지난달 13일 한화전에 앞서 김택연(19)을 새로운 마무리 투수로 임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두산이 3연패에 빠지며 위기를 맞은 시기였다. 소방수를 교체해도 뒷문이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되자 이 감독은 고졸 신인 김택연에게 마무리 보직을 맡기는 승부수를 뒀다. 이 감독의 선구안은 적중했다. 공식 소방수로 임명된 후 첫 등판이었던 당시 한화전에서 김택연은 9회초 2사 1루 상황에 삼진을 잡아내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김택연은 이제 두산에 없어서는 안 될 뒷문 지킴이가 됐다. 그는 지난 23일 키움전에서 마지막 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역대 최연소(19세 1개월 20일) 10세이브를 달성했다. 나승현이 2006년 6월 16일 19세 2개월 10일의 나이로 달성한 최연소 10세이브 기록이 18년만에 깨졌다.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택연은 이번 시즌 2승 1패 10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은 2.23에 불과하다. 프로 데뷔 첫 시즌에 부담이 큰 마무리 보직을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는 이번 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김택연은 지난 23일 경기 후 “최연소 기록이 저에게도 의미가 있어서 좋지만 선배님들과 비교하기에는 아직 제가 너무 어리고 보여준 것도 많지 않다”라며 “대선배님들이 꾸준했기에 가능했던 기록들이 많기에 저도 꾸준하게 안 아프고 잘 하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택연은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고 마음가짐을 다잡으며 리그를 대표하는 소방수로 거듭나고 있다. 그는 “아직 (마무리 보직을 맡은 뒤) 시간이 많이 안 지났는데도 공을 언제 던지고 안 던질지, 캐치볼을 언제 할지에 대한 루틴이 생겼다”라며 “내 뒤에 투수가 없다는 생각으로 들어가고, 나 하나 때문에 경기가 질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많이 한다”라고 말했다.
김택연은 “하루 못했다고 너무 우울해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라며 “제가 (최)지강이 형이랑 같이 지내는데 안 좋은 일이 있거나 할 때 서로 힘이 돼주고 우울해지지 않게 해준다”라고 말했다.
주춤했던 두산이 다시 반등을 노리는 시기, 폭염 속 컨디션 관리가 관건이다. 김택연이 이틀간 연투하거나 멀티이닝을 던지는 상황이 생기며 체력 안배가 중요해졌다. 그는 지난 17일과 18일을 연속해서 던진 뒤 한 차례 쉬어가기도 했다. 김택연은 “잠을 많이 자면서 회복에 집중하려 한다”라며 “너무 늦은 시간에 무거운 음식을 안 먹으려 하고 자기 전 산책을 하면서 충분히 소화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최연소 10세이브는 김택연이 세워나갈 신기록의 첫 페이지다. 두산의 막내 소방수가 무서운 이유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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