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 심각해진 세상…시골부터 전기가 끊겼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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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산업에서 요즘 제일 잘나가는 국가 중 하나인 대만은 최근 전력난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 변화를 암시한 바 있다.
'그럴 수 있겠구나' 싶은 것도 잠시, 두 사람이 실은 AI로봇이었고 스스로 전기를 차단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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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산업에서 요즘 제일 잘나가는 국가 중 하나인 대만은 최근 전력난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 변화를 암시한 바 있다. 궈즈후이 경제부장(경제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기업들이 대만에 데이터센터와 연구·개발센터를 만들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2030년에는 전력 사용량이 현재보다 12%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대만은 TSMC를 포함한 첨단 반도체 기업들의 전력 수요가 커지면서 정전 사태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산업과 전력난이 앞으로 점차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이런 흐름을 예민하게 간파해낸 연극이 있다. ‘전기 없는 마을’이다. 국립극단 ‘창작공감: 연출’ 시리즈로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개막했다.
김연민 연출이 1년간 개발하여 선보이는 이 작품은 과학 문명 그 후의 소멸해가는 도시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 연출은 작품 배경에 대해 “미래에는 전기가 권력이 될 것”이라며 “언젠가는 전기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이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고 일부 도시는 점차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간다는 설정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전기를 차지하기 위한 대규모 전쟁 대신 작품은 소소한 일상에 주목했다. 거대 담론이 아닌 소소한 이야기를 택함으로써 전기를 둘러싼 인류의 미래를 더 가깝게 와닿게 했다.
공연이 시작하면 무대 위에는 이든과 재이가 등장해 전기를 끊으러 다닌다. 전기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사람이 살지 않거나 적게 사는 마을의 전기를 차단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겠구나’ 싶은 것도 잠시, 두 사람이 실은 AI로봇이었고 스스로 전기를 차단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둘의 행동을 지켜보던 기준과 재하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그 뒤로 소멸 직전의 마을에 사는 영란과 그의 곁을 지키는 원식이 등장한다. 개별적인 이야기 같지만 영란을 중심으로 일이 벌어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면서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영란을 통해 작품이 그려낸 세계가 머지 않은 현실의 일임을 보여준다.
‘전기 없는 마을’만의 독특한 매력은 기술을 단순히 작품의 소재로만 삼지 않고 무대 위에 구현했다는 점이다. 뉴턴의 제3법칙, 양자역학의 불확실성 원리, 열역학 제2법칙 등 다양한 과학 개념을 면밀히 탐구한 김 연출이 작품 곳곳에 영리하게 녹여냈고 3D 영상을 통해 기술 발전이 더 확 와닿게 했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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