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조종엽]반려견 유치원비보다도 싼 대학 등록금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반려견 유치원비보다 대학 등록금이 싸다"는 말이 있었는데, 거짓이 아니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조사 결과 지난해 4년제 사립대의 연간 등록금은 평균 약 732만 원이고,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61만 원이었다.
한데 반려견을 위탁업체에 맡기는 비용이 월 60만∼90만 원이어서 대학 등록금과 비슷하거나 더 비쌌다.
등록금은 영어유치원(월 174만 원) 사립초(76만 원) 사립국제중(106만 원) 자사고(75만 원) 고교생 사교육(74만 원) 등에 드는 비용보다 쌌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려견 유치원비보다 대학 등록금이 싸다”는 말이 있었는데, 거짓이 아니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조사 결과 지난해 4년제 사립대의 연간 등록금은 평균 약 732만 원이고,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61만 원이었다. 한데 반려견을 위탁업체에 맡기는 비용이 월 60만∼90만 원이어서 대학 등록금과 비슷하거나 더 비쌌다. 등록금은 영어유치원(월 174만 원) 사립초(76만 원) 사립국제중(106만 원) 자사고(75만 원) 고교생 사교육(74만 원) 등에 드는 비용보다 쌌다.
▷다른 물가는 다 오르는 동안 등록금만 제자리에 머무르거나 내렸기 때문이다.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2008년에도 738만 원이었다.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오히려 6만 원이 싸진 것이다. 국립대도 약 420만 원 선에서 거의 변화가 없었다. 해당 기간 소비자물가가 36.7% 올랐음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론 등록금이 2008년 대비 4분의 3 아래로 떨어진 셈이다. 정부가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엔 국가장학금Ⅱ 지원을 하지 않거나 재정지원 사업에서 배제하는 방법으로 등록금 동결을 사실상 강요해 온 탓이다.
▷그만큼 학부모 부담은 줄었지만 문제는 등록금이 싸지면서 대학 교육의 질도 ‘비지떡’이 돼 간다는 데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연구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등 대학의 교육과 연구 예산이 모두 2011년 대비 18∼26%씩 감소했다. 대학이 구독하던 전자저널을 끊은 탓에 교수가 다른 대학의 아이디를 빌려 쓰는 건 심한 축에 들지도 않는다. 실험에 필요한 장비를 못 사서 대학원생이 장비가 있는 다른 대학까지 몇 시간을 오간다. 건물에서 비가 새도 고칠 돈이 없다. 교수 월급을 물가만큼도 올려주지 못하니 인재가 기업으로 빠져나가거나 중요한 연구를 제쳐두고 기업 과제에 목을 맨다.
▷저소득층 학생이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던 시절이라면 모르지만 이제 그런 사례는 많이 없어졌다. 국가장학금 제도가 확충되면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은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고, 그 밖에도 소득 구간별로 연 350만∼570만 원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도 등록금 인상 필요성을 안다. 2022년 6월엔 교육부 당국자가 “정부 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으나 여전히 눈치만 보는 중이다.
▷정부가 장학금을 미끼로 등록금 인상을 규제해 대학의 등록금 책정 권한을 침해하는 건 법적 근거도 없다. 등록금뿐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고등교육에 대한 공교육비 투자가 초·중등교육보다 더 적은 건 한국과 그리스, 콜롬비아뿐이다. 고등교육 투자가 멎은 가운데 우리 대학의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인적 자원밖에 기댈 것이 없는 나라가 무엇이 중요한지 잊고 있다.
조종엽 논설위원 jjj@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 아들 도박빚, 학교에 알릴까” 친구 엄마에게도 전화했다
- [김순덕 칼럼]한동훈 압승, 윤 대통령이 받은 세 번째 경고다
- [단독]유상임 과기부장관 후보자 장남, 병역검사 기피 후 현역면제
- [단독]한동훈 “변화 요구가 黨心, 대통령과 이견 땐 토론할 것”
- 합참 “北 오물풍선 약 500개 식별…대다수 종이·비닐류”
- 티몬-위메프 月거래 1조… 대금지급-환불 막혔다
- 한번 땀이 나면 잘 멈추지 않고 땀이 나는 부위가 정해져 있다.
- [속보]바이든 “새 세대에 횃불 넘기는게 국가통합에 최선”
- “내가 못깬 유리천장, 해리스는 깰것”… 대선 패배 맛봤던 힐러리, 지지선언
- [단독]野 “방통위 부위원장 탄핵안 오늘 본회의 보고 검토… 방송4법도 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