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제 가노라’… 故 김민기, 학전에 마지막 인사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노래 ‘아침이슬’ 중에서)
24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아르코꿈밭극장 앞마당. 지난 22일 세상을 떠난 고(故) 김민기의 영정이 장지로 향할 운구차에 실렸다. 김민기의 대표곡 ‘아침이슬’을 누군가 선창하자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울려 퍼진 노래는 곧 흐느낌으로 변했다.
김민기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발인식이 열린 곳은 그가 사랑했던 극단 ‘학전’이 1991년부터 지난 3월까지 33년간 터전으로 썼던 장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개관해 어린이와 청소년 중심 극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날 빗방울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배우 설경구, 장현성, 황정민, 박윤희, 최덕문, 배성우, 가수 박학기,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등 검은색 상복 차림의 문화계 지인들, 팬 수십 명이 모였다. 유족들은 김민기의 영정을 들고 극장 내외부를 10분간 둘러보며 고인이 30년간 헌신해온 터전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장지인 천안공원묘원으로 향했다.
아르코꿈밭극장에는 이날 추모객의 발길이 늦게까지 이어졌다. 김민기가 첫 뮤지컬 연출작으로 올렸던 ‘지하철 1호선’의 독일 원작자 동판, 생전 각별한 연을 맺었던 고(故) 김광석의 노래비는 여전히 이곳에 있다. 꽃과 막걸리, 소주, 맥주, 담뱃갑 등 저마다 준비한 추모 물품들이 동판과 노래비 주변에 수북이 쌓였다.
지인들의 애도도 계속 이어졌다. 가수 양희은은 이날 자신이 진행하는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서 1971년 김민기가 써준 자신의 데뷔곡 ‘아침이슬’을 선곡했다. 김민기를 “어린 날의 우상”으로 칭하며, 처음 ‘아침 이슬’을 들은 때를 “한 호흡이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들었다. 너무도 감동적이어서 콧날이 시큰거릴 정도였다”고 추억했다.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전날 김민기의 빈소를 찾아 추모의 뜻을 전했다. 그는 평소 서울대 선배인 김민기를 ‘형님’이라 부르며 따랐다고 한다.
학전은 김민기의 저작물을 관리할 예정이다. 학전 총무팀장인 김민기의 조카 김성민씨는 “선생님은 생전에 자신의 공연과 음악 작품 등을 망라하는 대본집을 만들고 싶어했다”며 “관련 기록들을 모아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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