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정무위서 '명품백 청문회' 시도했지만 윤한홍 위원장 '급제동'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에서 야당 의원들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신고건에 대한 종결 처리를 두고 '기습 청문회'를 시도했지만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여야 간사간 합의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이날 전체회의는 정회를 반복하다 속개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정무위는 24일 오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무조정실, 권익위, 공정거래위원회, 국가보훈부 등 비금융 기관을 대상으로 업무보고를 받는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청문회를 열자고 먼저 제안하고 나온 것은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이날 이 의원은 전체회의 말미 "도저히 업무보고 질의만 갖고는 안 될 것 같다"며 "위원장님께 권익위의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 청탁금지법 신고 종결 처리에 대하여 청문회 개회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재적위원 3분의1 이상 동의를 받아놨다. 국회법에 따라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통해 오늘 바로 안건을 상정할 수 있지 않나"라며 "본 위원을 비롯, 야당 위원님들은 권익위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 자료 비협조에 따라 업무보고는 의미가 없다고 결론 내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은 이같은 요구에 여야 간사간 협의를 위해 정회했다.
약 30분 뒤 자리에 돌아와 회의를 속개한 윤 위원장은 "의사일정 추가와 관련된 사항은 간사 간 합의가 되지 않았고 제가 양 간사 간 의견을 들어본 결과 의사일정으로 추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의사일정 변경의 건은 위원장 재량에 따른 것도 아니고 간사 간 협의사항도 아니다"라며 "국회법 77조에 따르면 의원의 연서에 의한 동의로 전체 의사일정 일부를 변경하거나 당일 의사일정의 안건 추가 및 순서 변경이 가능하다. 이게 본회의에 관한 조항이긴 하지만 위원회는 이 조항과 국회법 71조 준용 규정을 따른다. 정리하자면 의사일정 변경 동의는 제안자 외 한 명의 동의가 있으면 안건으로 성립되고 그 안건은 토론치 않고 표결한다고 돼있다"고 주장했다.
윤한홍 위원장은 '선례'를 들고 나왔다. 윤 위원장은 "국회선례집을 찾아보면 위원회에서 이런 경우 표결하지 않고 정회, 산회한 사례들이 있다"며 "2023년 3월22일 기획재정위원회, 2023년 10월6일 법제사법위원회가 그러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야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잘못된 사례와 관행은 바꿔야 하지 않나"라는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그 청문회를 요구하면 김정숙 여사에 대한 청문회도 같이 상정하자"고 했다. 이날 김 의원은 전체회의 내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순방이나 의상 구매에 대해 지적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법 49조에 따르면 위원장은 의사를 정리, 질서를 유지, 사무를 감독, 위원회의 의사일정과 개회일시를 간사와 협의해 정하도록 돼 있다"며 윤 위원장 주장에 힘을 실었다.
회의 속개 후에도 여야 의원간 갑론을박이 지속되자 윤 위원장은 다시 정회하기도 했다. 이후 다시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낸 윤 위원장은 "간사간 합의가 안 돼 더이상 속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상임위원회 회의가 속개되지 않은 채 자정을 넘기면 자동 산회된다.
한편 이날 정무위에서는 전체회의 내내 권익위에 질문이 집중됐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을 향해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직자와 그 배우자는 직무와 관련해 월 100만원 이상 금품을 수수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그런데 왜 김건희 여사는 이에 해당되지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권익위는 참여연대로부터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신고된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 지난 6월 "위반사항 없음"을 들어 종결 처리했다. 당시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 제재 조항이 없다"며 "대통령과 이 사건 제공자에 대해 직무 관련성 여부, 대통령 기록물인지 여부에 대해 논의한 결과 종결 처리했다"고 밝혔었다.
정 부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저희가 판단하는 방식에 있어서 (김 여사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며 "제재 조항은 대통령에게 있고 그 배우자에 대해선 제재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종결 처분을 내린 것은 결국 배우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 그런 것에 의해 처분을 하신 건가"라며 "그렇다면 결론이 참 간단하다. 그런데 이것을 왜 (결론 짓기까지) 6개월씩이나 끌고 갔나"라고 했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신고 사건을 종결처리했다. 자세히 설명해 보라"고 했다.
권익위는 지난 22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응급 헬기 이송 특혜 논란과 관련해 접수된 신고에 대해 "국회의원에게 적용되는 공직자 행동 강령이 없다"며 사건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처리했다. 다만 권익위는 이 전 대표가 서울대병원에서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된 과정에는 특혜 소지가 있다고 보고 병원-소방 관계자들의 공직자 행동 강령 위반 사실을 감독기관에 통보키로 했다.
정 부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현재 국회 공무원 행동강령은 있고 2017년에 제정됐다. 이는 국회사무처 직원들에만 적용된다는 게 국회 입장인데 국회의원의 경우엔 행동강령이 규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동강령이 규정돼 있지 않아 저희가 이 전 대표에 대해서) 조사를 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에 조사도 안 되고 판단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자 권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경우 공무원 부인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며 "그러면 이재명 전 대표나 김건희 여사나 동일한 구조로 조사를 못한 것"이라고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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