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 '일파만파'···"피해 규모 최소 1000억, '머지 사태' 넘는 '페이 대란' 가능성"
정산 및 환불 지연 사례 속출
대금 못받고 상품 유지 '한계'
입점사는 선정산대출도 막혀
정상화하면 거래돼야 하는데
티몬 카드결제안돼 손발묶여
"안정화 이후 차별화가 살길"
“티몬에서 여행 상품 1500만 원어치를 결제했는데 환불을 못 받았습니다. 소송 준비를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는 데 700만 원이 들었는데 이것만이라도 회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티몬에서 상품을 구매한 50대 여성 A 씨)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본사 앞에는 하루 종일 입점 업체 관계자 등 판매자(셀러)와 구매자들의 항의 방문이 이어졌다. 이날 본사를 찾은 한 여행 업체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에 “너무 답답한 마음에 여기까지 왔다”며 “이달 출발하는 상품까지는 대금을 못 받아도 고객을 생각해 다 (해외로 여행을) 보냈는데 다음 달 출발 상품에 대해서는 취소 문자를 보내고 재결제를 하지 않으면 여정이 취소된다고 통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셀러 대금 정산 지연 사태 후폭풍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티몬·위메프가 미지급 정산금 규모를 집계하지 못하고 여행사 등 입점 업체도 피해 금액을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업계는 월 이용자 수와 거래 금액을 감안할 때 피해액이 최소 1000억 원을 넘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KG이니시스, NHN KCP, 토스페이먼츠 등 결제대행(PG) 업체들이 전날 티몬의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까지 중단하면서 사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티몬 측이 판매자들에게 미지급 대금을 정산하고 환불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당장 현금이 필요한데 신용카드 거래 중지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재 티몬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은 계좌이체와 휴대폰 결제만 남았다.
티몬의 선불 충전금 티몬캐시와 티몬이 10% 할인 판매한 해피머니 등의 상품권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현재 티몬캐시는 환불이 불가능하고 해피머니는 사용 및 제휴처 포인트 전환이 중단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1000억 원대 피해를 안겼던 2021년 ‘머지 포인트 사태’보다 더 큰 ‘페이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는 ‘무제한 20% 할인’을 내세우며 소비자가 상품권을 사면 액면가보다 더 많은 머지머니를 충전해줬다. 그러다 2021년 8월 돌연 머지머니 판매 중단과 사용 업체 축소를 발표하자 대규모 환불 대란이 벌어졌다.
티몬·위메프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권의 대출 제한도 큐텐 입장에서는 걸림돌이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SC제일은행 등은 티몬·위메프 입점사 대상 대출 상품인 선정산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했다. 국민은행은 티몬과 위메프 입점 업체 대상, SC제일은행은 티몬·티몬월드·위메프 입점사 상대 선정산대출을 각각 멈췄다. 신한은행도 티몬·위메프 입점 업체에 대한 선정산대출 취급을 이날부터 잠정 중단했다. 정산금 지연 사태로 대출 상환이 불투명해졌다는 판단에서다. 선정산대출은 e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 고객이 은행에서 판매 대금을 먼저 지급받고 정산일에 은행이 e커머스로부터 정산금을 대신 받아 자동으로 상환하는 상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e커머스는 통상 상품 판매 후 정산까지 길게는 몇 달이 걸리기 때문에 자금이 필요한 판매자들이 주로 이용한다”며 “이 대출을 막으면 ‘셀러런’은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판매자와 구매자들이 잇따라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점도 티몬·위메프가 넘어야 할 산이다. 위메프와 티몬 등 큐텐그룹 계열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파트너사는 모두 6만 곳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는 지난달 기준 티몬과 위메프의 결제액을 각각 8398억 원, 3082억 원으로 추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으나 최소 1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셀러들은 법무법인과 의견을 조율하며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며 환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 역시 개별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로 유통 업계의 정산 주기도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현행 대규모 유통업법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같은 e커머스 업체들은 구매가 완료된 후 오픈마켓 셀러들에게 40일 이내에만 대금을 지급하면 되는데 이 기한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특히 이 기간 유통사들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대금을 다른 곳에 사용해도 막을 방안이 없다. 이번 사태도 티몬과 위메프가 셀러들에게 줘야 할 돈을 모기업인 큐텐이 해외 계열사 위시를 인수하는 데 쓸 수 있도록 전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이와 같은 행위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어 기업 입장에서 무리한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안정화된다는 전제 위에서 티몬·위메프가 포지셔닝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큐텐이 차별화한 마케팅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전략을 제시했어야 했는데 저가 경쟁에만 지나치게 몰두하다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이런 영향으로 매출이 정체되거나 감소해 자금난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티몬은 해외 물류를 대행해줄 수 있는 큐텐 인프라가 강점인 만큼 역직구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일종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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