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 내 10㎏ 빼면 300만원 환불”…사람 잡는 ‘다이어트 모델 이벤트’
20㎏ 600만원 등 보증금
“목표치 감량 땐 반환” 유혹
극한 프로그램에 건강 위협
참여자들 “극소수만 성공”
업체 “홍보 차원”…주의를
지난 3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 다이어트 업체의 홍보물이 사회초년생 김수련씨(20대·가명)의 눈길을 끌었다. 값비싼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다이어트 모델’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취업지원서만큼이나 정성들여 지원동기를 적었다. ‘운’이 좋았다. 연락이 왔다. “김수련씨죠? 모델로 선정됐어요.”
약속을 잡고 찾아간 업체 상담실은 ‘성공 분위기’로 가득했다. 상담실장 책상 위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고객관리 차트가 20㎝ 높이로 쌓여 있었다. 종이마다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김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성공하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부푼 꿈을 꿨다. 상담실장도 부추겼다. “모두 성공해요. 보통 한 달 정도 하는데, 그 전에 살 빼고 나가는 분도 많아요.”
김씨가 고개를 끄덕이자 상담실장은 ‘조건’을 꺼냈다. 상담실장은 “비싼 관리를 제공하는 것이니 보증금을 받고 있다. 목표치를 달성하면 다시 돌려준다”며 조건을 하나 더 붙였다. ‘보증금이 얼마냐?’고 묻자 “10㎏ 감량에 300만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15㎏은 450만원, 20㎏은 600만원이었다.
생각보다 큰 금액에 머뭇거리자 상담실장은 앞선 성공사례를 내보이며 “어제도 보증금을 받아갔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심을 하고 신용카드를 건넸다.
300만원을 결제하고, ‘5주 동안 10㎏ 감량’이라는 목표를 계약서에 적음으로써 김씨는 ‘다이어트 모델’이 됐다. 모델료는 없었다. 계약서에는 “성공 시 관리비용을 반환한다”는 내용과 함께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계약서 작성 뒤 도중에 포기하거나 감량 후 촬영을 거부하면 관리비용(보증금)은 반환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탈의실에는 ‘물을 마셔서 생기는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는다’며 ‘물을 마시지 말라’는 안내가 적혀있었다. 김씨는 중·저주파가 나오는 반신욕 서비스부터 받았다. 반신욕이 끝나자 마사지가 진행됐다. 림프샘을 풀어줘 독소를 배출하고 혈액순환이 잘되게 하는 거라고 했다. 30만원을 더 내면 노폐물이 더 잘 나오는 오일을 발라준다고 했지만 거절했다.마지막은 찜질방이었다. 원적외선을 활용해 체온을 높이고 독성·노폐물을 더 뺀다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을 마칠 때마다 체중을 재면 적게는 300g, 많게는 1㎏까지 체중이 줄어있었다. 직원은 다음에 올 때 반드시 감량 체중의 절반을 유지해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1㎏이 줄어 50㎏이 됐다면 다음 방문까지 50.5㎏보다 낮은 체중을 유지하라는 뜻이었다.
이후 5주는 김씨에게 고통의 연속이었다. 관리를 통해 줄어든 몸무게를 유지하려면, 극한의 식단과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땅콩버터 한 숟가락, 사과 반 조각, 달걀 2개, 당근과 양배추, 바나나 하나로 하루 끼니를 채웠다. 한 시간씩 유산소운동을 병행했다. 그래도 체중은 목표만큼 줄지 않았다. 5주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관장을 했고, 변에 피가 섞여 나왔다.
가장 큰 고통은 갈증이었다. 김씨가 ‘5주 10㎏’ 감량 목표 달성을 인정받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것이 이온음료였을 정도다. 곧바로 체중이 2㎏ 불었다. 그는 “같은 시기 다이어트 모델에 참여했던 사람 중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였다”며 “5주 동안 15번을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그중에 돈을 내고 오는 사람은 딱 한 명이었고, 대부분 무료 홍보에 도전한 이들이었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다이어트 모델’ 이벤트는 수익이 아니라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며 목표 감량 기간에 제한을 두지도 않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수분 섭취 억제와 식단 조절 등을 통한 단기간의 과도한 감량은 건강을 해칠 수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보증금 300만원이 체중감량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만, 급격한 다이어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급격한 체중 감량은 근육 세포 파괴, 콩팥 기능 저하, 간 수치 이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영양이 균형 잡힌 상태에서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동욱·이예슬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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