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중앙지검 수사팀 반발 일부 수용…내분 일단 덮었다

정대연·강연주·김혜리 기자 2024. 7. 2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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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감찰부 “수사 지장 없는 범위서 진상 파악하겠다”
이 총장, 수사팀 검사에 사직 철회 요청…복귀 예정
‘김 여사 출장조사’ 입장차 커…처분 놓고 재발 가능성
검찰총장 ‘굳은 출근길’ 이원석 검찰총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으며 굳은 표정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공개 출장조사로 촉발된 이원석 검찰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간 충돌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번 사태가 ‘내분’으로 비치는 것에 대한 검찰 내 우려가 커지자 양측 모두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총장과 이 지검장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에서 김 여사 처분 등을 두고 갈등이 더 크게 폭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찰청은 24일 서울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조사할 때 총장을 ‘패싱’한 것을 두고 이 총장이 지시한 진상 파악에 대한 수사팀 반발을 일부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대검 감찰부는 “중앙지검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상 파악 절차를 차분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 총장은 이날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하던 김경목 부부장검사에게 사직 의사를 철회하고 복귀할 것을 당부했다. 대검 관계자는 “김 부부장검사는 현안 사건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와 처리를 위해 복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지검장은 전날 대검에 김 여사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이 총장이 지시한 진상 파악에 응할 수 없으며,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자신만 대상으로 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수사팀 검사가 이 총장에 대한 항의성 사표를 내는 등 일선의 반발이 커 막바지에 다다른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김승호 형사1부장,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도 자신이 진상 파악 대상에 포함될 경우 사표를 내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은 현직 대통령 부인이라는 중요 인물에 대한 조사가 총장에 대한 보고 없이 진행된 사태를 모른 척 넘어갈 수는 없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진상 파악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사팀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만큼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시기·대상·범위 등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수사 지휘라인에 속한 이 지검장과 박승환 1차장·조상원 4차장으로 조사 대상을 한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징계를 위한 감찰이 아니라 경위를 파악하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다들 사태가 잘 수습되기를 원하는 분위기”라며 “어제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 총장과 이 지검장 모두 이번 갈등이 더 큰 충돌로 번지는 데 대해선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다. 관심이 김 여사 수사가 아닌 검찰 내분으로 쏠리면서 조직 내 우려와 비판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 사후보고 등 핵심 쟁점과 진상 파악 절차 등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는 여전하다. 갈등의 근본 요인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지검장이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전주지검장으로 있으면서 야권 겨냥 수사를 지휘할 때부터 이 총장에 대한 불신이 누적돼 이번 ‘항명’ 사태가 발생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둘 사이가 회복 가능한 상황이 아니란 것이다.

더구나 조만간 이뤄질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은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요인이다. 이 총장은 오는 9월 퇴임 전 김 여사가 연루된 두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의지가 크다고 한다. 이 총장이 김 여사 조사에 대해 ‘법 앞에서 예외·성역·특혜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이 무너졌다고 시인한 만큼 김 여사를 기소하지 않더라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명품가방 수수 의혹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검찰 외부인사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할 가능성이 있다. 이 총장이 주가조작 사건 수사지휘권 회복을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재차 요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이 총장과 대통령실·여권 사이에서도 충돌이 예상된다.

정대연·강연주·김혜리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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