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2년간 5개 플랫폼 인수…무리한 ‘몸집 불리기’ 탈 났다

남지원 기자 2024. 7. 2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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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인터파크·위메프 이어…올해는 미 위시·AK몰 사들여
물류기업 나스닥 상장 위해 사세 확장 몰두하다 ‘유동성 위기’
잦은 상품권 선주문 특가, 단기간 사용할 현금 마련용 의혹도
정상화는 언제쯤…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의 정산 지연 사태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는 모기업인 싱가포르 e커머스 기업 큐텐이 무리하게 몸집을 불리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시각이 많다. 자금력이 부족한 큐텐이 2년간 5개 플랫폼을 사들이면서 공격적인 확장에만 몰두했고, 결국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국내 최초 오픈마켓인 G마켓을 창립한 구영배 대표가 2009년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한 뒤 2010년 싱가포르에 창립한 e커머스 플랫폼이다.

일본과 동남아를 기반으로 성장한 큐텐은 구 대표의 겸업금지 기간 10년이 지난 후 국내에 진출, 불과 2년 사이 국내외 플랫폼 5곳을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을 부풀렸다. 큐텐은 2022년 9월에는 티몬, 지난해에는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인수했다. 올해는 미국 쇼핑플랫폼 위시를 인수했고 자회사 인터파크커머스를 통해 애경그룹의 온라인 쇼핑몰인 AK몰도 사들였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할 때는 지분교환 방식을 활용해 현금을 들이지 않았고, AK몰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약 5억원에 인수했다. 인터파크커머스에는 1500억원, 위시에는 2300억원의 인수자금이 들어갔다.

국내외 여러 e커머스 채널을 인수·합병해 거래 규모를 늘리고, 이를 통해 산하 물류기업인 큐익스프레스의 규모를 키워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겠다는 게 큐텐의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만년 적자 기업들을 잇따라 사들이는 무리한 사세 확장이 결국 큐텐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인수 전에도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던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 상태는 큐텐 인수 후 훨씬 취약해졌다. 위메프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1025억원으로 1년 사이 84%나 증가했고, 티몬은 올해 감사보고서조차 내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티몬과 위메프가 자주 실시한 상품권 할인 선주문 판매가 단기간 동안 쓸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심이 이미 퍼져 있었다. 티몬과 위메프는 선불충전금인 티몬캐시와 문화상품권·배달앱 금액권 등을 7~10% 할인판매하는 행사를 최근 자주 열었다. 이 가운데 구매 4주 후 상품권을 발송한다는 ‘선주문’ 조건이 많았는데, 급하게 쓸 현금을 돌려막기 식으로 융통하려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정산 주기가 2개월로 타 e커머스 업체에 비해 긴 편인데, 고객이 결제한 대금을 판매자에게 지급하기 전 운영자금으로 끌어쓰다 정산 지연 사태를 빚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네이버·G마켓·옥션 등 국내 다른 오픈마켓 플랫폼들은 대체로 구매확정 익일에 판매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e커머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오픈마켓에 대한 전반적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큐텐 계열에 입점해 있던 판매자들이 다른 플랫폼 판매에 집중하면 잠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 셀러(판매자)와 고객 모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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