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6개월 만에 만찬에 '러브샷'까지..."선거 끝났으니 다 잊고 합심하자"

김현빈 2024. 7. 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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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 마무리하며 윤 대통령-한동훈 대표 러브샷
한 "윤석열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하여" 건배사
참석자 "특검 등 현안 관련 대화는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가졌다. 4·10총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두 사람이 6개월 만에 마주한 공식 자리다. 전날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 등을 총망라한 자리에 맞게 윤 대통령은 "선거가 끝나면 다 잊는 것"이라며 당정의 화합을 주문했다. 한 대표 역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여"라는 구호를 외치며 봉합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채 상병과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 등 현안을 둘러싼 둘 간의 이견은 여전히 갈등의 씨앗으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대통령실과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만찬은 2시간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과열됐던 전당대회 분위기를 상기하며 "이제 앞으로 당정이 합심해 우리나라가 잘 될 수 있게 한 마음으로 잘 해나가자"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하여"라고 외치며 화답했다.

다소 어색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만찬 전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악수를 건네며 "수고 많았어요"라고 했다. 검사 시절 최측근이자 각별했던 후배에서 이제는 공당의 대표가 된 한 대표에게 깍듯한 예의를 보인 것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식사 마무리 발언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하나가 돼 우리 한동훈 대표를 잘 도와줘야 된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혼자 해결하도록 놔두지 말고 주위에서 잘 도와줘라"고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한 손에 맥주를, 한 대표는 콜라를 들고 러브샷을 나누기도 했다. 이날 만찬엔 전 현직 국민의힘 지도부 등 당 관계자 16명이 초청됐다.

윤 대통령은 삼겹살과 돼지갈비, 모둠 상추쌈, 빈대떡, 김치, 미역냉국, 김치김밥 등 만찬 메뉴를 직접 고르며 한 대표 및 당과 화합 메시지를 내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삼겹살은 당‧정‧대의 통합을 의미하는 한편, 막역한 사이에서 먹는 대표적인 한국 음식으로 격의 없이 소통하고 대화해 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만찬으로 '윤-한'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당장 채 상병 특검법, 김 여사 검찰 조사를 놓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표가 전날 김 여사의 ‘검찰 출장 조사’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 내부에선 “대통령이 원팀을 강조한 직후에 꼭 그런 언급을 했어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실이 만찬에 앞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독대 가능성에 "확정된 바는 없다"고 하면서도, "오늘이 아니라도 추후 이러한 것도 다 열려 있다"며 양자 간 신뢰 회복의 길을 어느 정도 열어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이날 한 대표와 독대 자리를 갖지 않았다. 물론 대통령실 관계자까지 총 26명이 참석한 자리였기 때문에 둘 간 내밀한 이야기를 할 기회도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 참석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마주 보고 앉았지만 일대일로 얘기할 분위기는 아니었고 그냥 덕담 한마디씩을 나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만찬에 전 현직 지도부뿐 아니라 한 대표와 전당대회 과정에서 맞부딪쳤던 나경원, 원희룡 후보 등도 함께 초대된 것에 대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전 대표가 선출된 직후 대통령실에서 열린 만찬에는 당시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이나 천하람 의원(개혁신당)은 초청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당대회가 그만큼 치열했기 때문에 화합 차원에서 다 같이 초청을 했다라고 보시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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