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적격 사유 넘치는 이진숙, ‘방송장악위원장’ 임명 말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가 24일 시작됐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MBC는 노조 때문에 정치성이 강화됐다”며 노동자를 적대시했고, “경영 사유가 (MBC 사장의) 가장 중요한 해임 사유가 될 수 있다”며 현재 흑자의 질을 따져보겠다고 했다. 2012년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비밀리에 지분 매각을 논의했던 그는 “민영화 요구는 크지만 야당이 192석을 가진 상황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눈엣가시가 된 MBC 장악을 위한 공세적 인식과 의지를 내비쳤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극우·보수로 편향된 정치관과 왜곡된 노사관을 드러냈다.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댓글에 ‘좋아요’를 누른 것에 대해 “좋아요 연좌제가 있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영화 <택시운전사> <암살> <기생충> 등을 ‘좌파 영화’로 꼽고 연예인들을 좌파·우파로 낙인찍은 데 대해 반성은커녕 “알게 모르게 이념이 체화된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과거 발언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에는 “자연인으로서 말한 것들에 대해 말씀하시면 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MBC와 KBS가 더 많은 청년들을 이태원으로 불러냈다’거나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세력’과 같이, 음모론적 글에 대한 반박이라 어처구니가 없다. 고위 공직에 임용될 민간인 검증은 그의 언행과 성과로 평가하는 게 맞다. 이렇게 상식 밖의 편향된 인식을 가진 이가 공정성이 생명인 방통위를 이끌 자격이 있다고 보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노조가 중요한 결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이 후보자 발언도 독단적이고, 다수 구성원이 참여하는 노조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공정하고 투명한 보도와 경영에 노조는 주요한 한 축이고, 더욱이 노사 의견이 다를 수 있는 공영방송에서는 대화·설득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경영진이 할 일이다. 이 후보자는 대전MBC 사장 시절 서울 거주지 근처와 골프장·유흥업소 등에서 법인카드를 다수 쓴 의혹에 대해 “사적으로 1만원도 쓰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몰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인사는 이 후보자뿐이 아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지난 23일 오후 6시50분 여권 위원 5인만 참석한 임시회의를 기습 공지한 뒤 문을 걸어 잠그고 차기 위원장으로 호선됐다. 뭐가 그리 급한 것인가. 그는 그동안 MBC에 대한 무더기 징계와 청부 민원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그런 이를 임기 종료 다음날 군사작전처럼 연임시킨 것은 또 한 번 편파·졸속·파행으로 점철된 방심위를 예고한 것일 수 있다.
부적격 사유가 차고 넘치는 방통위원장 후보와 역대 최악의 방심위원장 연임은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방송 장악을 위한 폭주를 멈춰야 한다. 그 폭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국회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책임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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