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감독은 잘 알고 있다”…달랐던 출발선, 그게 특혜 아닐까요?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 선임 과정은 출발선부터 달랐던 것일까. 과연 평등한 조건이었을까.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2일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공식 입장문과 Q&A를 발표했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새롭게 재편된 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를 필두로 차기 감독 선임에 열을 올린 가운데, 수많은 인물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최종적으로는 전 울산HD 감독 홍명보가 선임됐다.
정해성 위원장을 필두로 출발한 새로운 전강위는 기능을 상실한 모습이었다. 초반까지 외국인 감독 선임에 초점을 맞추고 몰두했지만, 유력 후보와 협상 결렬 후 행정력을 유지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박주호 전강위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에서 홍명보 감독 내정 소식을 듣고 “절차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잘 모르겠다. 지난 5개월이 너무나도 허무하다”라며 허탈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박주호 위원의 말을 반박하면서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는 논란의 불씨를 더 키우기만 했다.
박주호 위원의 내부 폭로 후 이동국, 박지성, 조원희, 이영표, 김영광 등 과거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축구인들도 함께 목소리를 높이며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에 유감의 뜻을 보냈다.
이임생 이사는 8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홍명보 감독 선임 브리핑 현장에서 ▲리더십, 원팀, 원스피릿, 원골 ▲K리그 파악 및 우수 선수 발굴 ▲성과 입증 ▲한국 선수 파악 능력 ▲대표팀 지도 경험 ▲국내 거주 이슈 등 8가지 선임 이유를 밝혔지만,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결국, 홍명보 감독의 입에 모든 시선이 쏠렸지만, 홍명보 감독은 울산에서의 마지막 경기였던 광주FC전 이후 “이임생 이사를 만난 후 밤새도록 고민했다. 제 안의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고, 저는 저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저는 저를 버렸다. 이제는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라며 입장을 바꾼 것에 명확한 설명을 내어주지 않았다.
계속해서 많은 물음표가 따르는 선임 과정 속 홍명보 감독은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 15일 외국인 코치 감독 선임 미팅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통상적으로 취임 기자회견 후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하는데, 이례적으로 홍명보 감독은 타 업무를 시작으로 대표팀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대한축구협회는 타 국가들의 전례를 예시로 들며 ‘그런 나라는 없다’, ‘월드컵 진출에 제약받을 수 있다’는 말로 반박했다.
이어지는 감독 선임 후폭풍에 대한축구협회는 조금이라도 이번 사안을 정리하고자 입장문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설명드립니다”라며 “협회는 감독 선임과 관련한 모든 과정을 준수하고자 했다. 있는 규정은 모두 지켰으며, 규정에 없는 상황들에서는 감독 선임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차질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절차를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강위 구성부터 홍명보 감독 선임과 이사회 승인까지 그간 과정을 세세하게 적었지만, 오히려 다시 의혹만 키우게 됐다.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홍명보 감독의 특혜 논란이다. 이임생 이사는 정해성 위원장이 사퇴 직전 3명의 최종 후보를 추렸다고 알렸다.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외국인 감독 2명이었다. 이임생 이사는 유럽으로 향해 후보 두 명을 만난 뒤 홍명보 감독과 면담을 가졌고, 자신의 선택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감독들 면접 후 이임생 이사는 직접 면담해 보니 해당 감독들이 설명하는 자신의 축구철학 및 방향성이 전강위에서 했던 게임모델 검증이나 본인이 유럽 출장 전에 분석하고 파악한 감독의 전술 선택과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이후 마지막으로 만난 후보가 홍명보 감독이다. 만약 홍명보 감독과 면담이 진행되 지 않을 경우, 외국인 감독 두 명 중 우선순위에 오른 감독과 계약할 예정이었다. 이임생 이사는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표팀 감독직을 제안했다”“언론 보도 중에 한 외국인 감독은 장문의 분석 자료도 제시했다며 홍명보 감독의 특헤라는 주장이 있는데, 물론 자료를 잘 준비해오면 그 감독과 에이전트가 의욕이 있고, 성의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이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능력과 경쟁력이 있다는 근거는 아닐 것이다.(ex. 한 감독은 표지 포함 22페이지의 자료와 대표팀 경기 영상 16개, 다른 감독은 표지 포함 16페이지의 PPT자료를 제시함)”
그러면서 홍명보 감독을 두고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PPT나 여러 자료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전강위 1차 회의에서부터 국내감들의 경우 플레이 스타일이나 팀을 만들어가는 축구철학, 경력 등에 대해 대부분 위원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올림픽 대표팀을 맡은 것은 물론 최근 울산을 4년간 맡으며 K리그 2연패를 거두는 등 울산의 경기를 통해 확인됐다. 위원들은 국내 감독을 뽑는다면 홍명보 감독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위원회 구성 초반부터 거론됐다”라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에 “한 나라의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을 뽑으면서 모든 후보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은 걸 묻고 요구하는 면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최선을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감독은 다양한 지도능력과 함께 한국 대표팀을 얼마나 잘 알고,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를 눈여겨보게 되고, 홍명보 감독같은 내국인, 그것도 현직 감독이라면 그 지도자의 축구 스타일은 이미 어느 정도 이상 파악이 되어 있다. 그런 가운데 향후 대표팀 운영에 대한 비전, 한국축구 기술철학과 접목,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계 부분이 이임생 이사가 조금 더 치밀하게 확인하고 싶은 중요한 화두였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의 말처럼 모든 감독 후보군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은 걸 요구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하지만 후보들 간에 출발선 자체가 다른 것이 문제다.
더 자주 접하는 국내감독이라고 하더라도,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의사를 묻고, 이에 대한 비전과 방향성을 들어야 한다.
앞서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 선임 브리핑 당시 외국인 최종 후보 2인에 대해 한국축구의 철학과 방향성이 어울리지 않았다며 감독 선임 탈락 이유를 설명했지만, 홍명보 감독에 대해서는 명확한 선임 과정과 철학, 전술을 설명하기보다는 “간곡히 부탁드린 것이 맞다”라고 읍소하는 모습이었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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