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나이키, 아디다스에 '세계 최고' 빼앗기나? [패션 에티켓]
편집자주
패션 기획 Merchandiser이자 칼럼니스트 '미키 나영훈'이 제안하는 패션에 대한 에티켓을 전달하는 칼럼입니다. 칼럼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여 근사한 라이프 스타일과 패션을 만드는 데 좋을 팁을 편안하게 전해드립니다.
세계 최고 스포츠웨어 브랜드 나이키가 최근 고전 중입니다. 주가는 하락하고, 매출은 역신장, 브랜드 평가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2024년 5월 말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제로 성장에 그치면서 주가는 20%나 하락, 2001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이미 지난 12개월 동안 주가가 17%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전체 낙폭은 무려 37%에 가까운 셈입니다. 단순히 매출이 저조한 것이 아니라 많은 소비자의 비난과 구매 거부까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가장 편하게 입을 수 있어 오랜 세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브랜드 나이키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대체재가 없을 것 같았던 나이키를 2위 브랜드와 신흥 브랜드가 나타나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나이키를 만든 요인은 무엇이며, 나이키의 몰락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또 이런 나이키를 뒤쫓는 새 브랜드는 어떤 무기를 들고 혜성같이 나타난 걸까요?
나이키의 몰락, 예견돼 있었다?
나이키가 지금까지 기세등등했던 것은 매 시즌 발매되는 ‘히트 아이템’과 이를 통해 유지된 ‘힙’한 브랜드 이미지 때문입니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입어도 멋진 브랜드’라는 평가를 꾸준히 유지했던 것입니다.
나이키가 시즌마다 내놓은 히트 아이템은 ‘한정판’이라는 개념으로 굳어졌고, 고객들이 브랜드에 더욱 집중하게 했습니다. 유명 인물이나 브랜드와의 협업 상품을 특정 발매 시기에만 소량 생산해 ‘드로우’(소비자가 먼저 응모한 후 당첨돼야 구매할 수 있는 형식)로 판매했습니다. 출시 전부터 유명한 협업 상품이었던 만큼, 소비자들은 출시일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앞다퉈 응모합니다. 최종 구매에 실패한 이들은 리셀 상품(중고 판매처에 올라온 상품)을 더 높은 가격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손에 넣습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듭니다. 우선 ‘중간 상인’ 격인 리셀러가 판매가격을 너무 과하게 책정합니다. 예를 들어, 29만 원짜리 나이키 스니커즈 구매에 성공한 리셀러는 중고 판매처에 얼마에 판매할까요? 물론 협업 대상·제품 인기도에 따라 다르지만, 무려 100만 원까지 치솟을 때도 있습니다. 심지어 이런 리셀 활동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 리셀러’까지 나타났습니다. 이런 행태는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불만을 품게 했습니다. ‘스니커즈 하나를 이렇게 어렵게 구매해야 하는가’ ‘2~3배가량의 웃돈을 주면서까지 구매해야 하는가’에 대한 불만이 오랫동안 쌓여온 것입니다.
또한 나이키는 그동안 수많은 히트 상품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눈에 띄는 새 상품이 없다는 것도 부진 요소 중 하나입니다. 2022년 베스트셀러였던 운동화 ‘덩크 로우’ 이후 이렇다 할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관심도가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반면 아래에서 언급할 아디다스는 다양한 고급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기존 상품을 새롭게 히트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면서 나이키의 자리를 대체하게 됐습니다.
아울러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도 대응이 늦는다’는 점도 지적됩니다. 스포츠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나이키와는 별개로 최근 소비자들은 일상복에 기능성과 편안함까지 접목한 캐주얼웨어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나이키는 여전히 스포츠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바뀐 소비자의 니즈를 놓친 것이 나이키 몰락의 또 하나의 요인입니다.
나이키를 위협하는 대체 브랜드
‘나이키의 대체재는 없을 것’이란 예상은 기존 브랜드의 재부상과 새로운 브랜드의 등장으로 여지없이 빗나갔습니다. 바로 ‘아디다스’, 그리고 최근 국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호카’와 ‘온러닝’입니다.
먼저, 아디다스는 변화한 고객 니즈를 정확히 파악, 스포츠웨어와 캐주얼웨어 모두를 만족시키는 상품을 다양하게 출시했습니다. 운동할 때는 물론,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편안한 일상복 라인업을 다양하게 선보이면서 관심을 끌게 된 것입니다. 또한 기존에 히트했던 스니커즈 ‘삼바’와 ’가젤’이 ‘레트로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다시 부상했습니다. 이를 파악한 아디다스는 발 빠르게 기존 디자인은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색상의 변화를 준 상품과 한정판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아디다스 주가는 19%나 상승했습니다. 나이키의 주춤세가 아디다스에는 오히려 고객 탈환과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또 ‘호카’는 러너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높은 기술력과 돋보이는 컬러가 인기 요인입니다. 그런데 러닝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호카의 인기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여기에 ‘편안한 착화감’이라는 기술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었기에 러너뿐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 확산한 것입니다. 브랜드 이미지가 신선했던 점도 작용했습니다.
‘온러닝’은 국내보단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공동 창업자 올리비에 베른하르트는 철인 3종경기 선수 출신으로, 관절에 무리가 없고 편하게 신을 수 있는 러닝화를 고민하고 제작했습니다. 온러닝의 인기는 ‘클라우드’라는 러닝화로 시작됐는데, 튜브 형태의 쿠션을 신발 밑창에 달아 착지 시 충격을 흡수하고 반발력을 높여주는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이 기술로 세계 스포츠용품 박람회(ISPO)에서 신발 부문 최고 성능 제품에 수여하는 황금상을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는 등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베른하르트가 이 상품을 나이키에 제안했을 때 거절당했다는 것입니다. ‘러닝화 외관이 멋지지 않고 기술 역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나이키가 거절한 그 기술로 온러닝은 세계 러너들의 인기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나이키, 명성 되찾을 방법은?
나이키의 인기 요인은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 멋진 브랜드 이미지, 언제 어디서나 입을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의 디자인이었습니다. 히트 상품이 꾸준히 이어진 점 또한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늘 기억하게 만든 요인이었습니다. 이런 나이키의 몰락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아무리 오랫동안 1위 브랜드였다 해도 고객의 관심이 줄고 불만이 이어진다면 한순간에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브랜드의 흥망성쇠는 고객의 관심과 이은 구매, 그리고 만족에 있습니다.
앞으로 나이키는 더 영민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먼저 판매 방식에서 많은 고객이 다양한 상품을 구매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고객이 상품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그 브랜드에 재방문할 필요성은 없어집니다. 반대로 고객이 상품에 만족한다면 계속 기억되는 브랜드로 남게 됩니다.
또 아디다스 사례처럼, 당분간 이어질 레트로 트렌드에 맞게 기존 상품을 리프레시 하는 전략도 필요합니다. 단순히 상품의 재발매가 아니라 현재에 맞는 새로운 컬러, 유명한 인물과의 협업을 통해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입니다. 사실 나이키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화려한 컬렉션을 고려한다면, 레트로 감성을 가진 상품을 재발매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간 나이키는 ‘브랜드가 트렌드를 주도’하는 기조로 전략을 세웠습니다. 스포츠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운영한 것은 고객 니즈보다는 브랜드가 가져가고자 했던 방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 니즈 중심의 전략으로 상품 및 마케팅 전략을 변화해 더 많은 고객의 관심을 끌도록 해야 합니다.
나이키는 코카콜라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입니다. 오랫동안 스포츠 브랜드 1위로 자리 잡아 왔기에, 지금의 모습은 모두에게 놀랍습니다. 하지만 나이키는 늘 영리했습니다. 고객 만족을 위한 전략 변화로 언제나 그렇듯이 다시 멋진 브랜드로 돌아오리라 믿습니다.
나영훈 남성복 상품기획 MD & 칼럼니스트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티몬·위메프 사태, 결국 환불도 막혔다…신규 결제 역시 차단 | 한국일보
- '마약 상습 투약' 유아인에 징역 4년 구형... "죄질 불량" | 한국일보
- 세탁기 뚜껑은 알고 있었다..."성폭행 안 했다"던 전 남친 딱 걸려 | 한국일보
- 중국 직구로 산 옷 반품하자 "xiba 네 주소 안다" 욕설한 판매자 | 한국일보
- 장항준 "현재 아내 김은희와 별거 중…장모님과 살아" | 한국일보
- "경제적 무능력 안 돼"...이윤진, 이범수와 파경 후 심경 토로 | 한국일보
- '민희진 사태' 속 박지원 하이브 CEO 사임...후임은 이재상 CSO | 한국일보
- 박수 안 쳤다고 "전북=간첩?" 국민의힘 전당대회 사회자 발언 논란 | 한국일보
- 아빠가 준 쌈짓돈이 3.8억 된 논란... 이숙연, 37억 주식 전액 기부키로 | 한국일보
- '19금 논란'됐던 제니의 그 드라마, 美 에미상 후보 올라 | 한국일보